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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29. 2020

밥을 짓다.

구미 여행에서 만난 한 끼의 의미

요즘 운동을 많이 못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렇게 컨디션이 좋지만은 않다. 자기가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먹을 한 끼를 온전히 자기의 힘으로 차려본 사람은 그 과정이 자존감을 높여 주고 살아가는 힘을 준다는 것을 안다. 쌀을 살 수 있는 돈을 버는 것과 자신이 직접 쌀로 밥을 짓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밥을 짓다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구미의 음식점도 있다. 건강하게 한 끼를 먹어볼 수 있도록 밥을 짓듯이 내놓는 곳이다. 

식당의 내부는 정갈하면서도 곳곳의 여백에 작품이 걸려 있었다. 주로 풀과 자연과 관련된 작품들이 눈에 뜨였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없기에도 재미가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음식의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중요한 음식이지만 때로는 너무나 가볍게 소모되기도 한다.  

음식을 하다 보면 욕심이 생기는 것 중에 하나가 식기와 칼과 요리를 하는 공간이다. 무척이나 중요하면서 여러 번 강조해도 모자랄 정도로 의미 있는 곳이다.  보통 쉽게 하는 질문 "밥은 먹었어? “, 그것은 사람이 사람에게 전하는 배려의 말이었다.  

음식을 좋아하는 지인과 먹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즐겨한다. 인간의 한 끼를 위해 다른 생명의 희생은 전제되며 가속화되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그 희생은 전 인류적 재앙의 원인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밥을 짓는 것은 삶에 지칠 때면 온기를 전하는 사랑의 기억을 끄집어내게 한다.  

음식에는 조화가 필요하다. 조화를 통한 밥상은 밥 짓는 일이 삶의 메커니즘에서 중요하기도 하지만 모든 생명체가 조화로운 착한 밥상의 미래를 생각해보게 한다.  

새로 생겨난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마비되는 상황에서 잘 사는 일은 결국 삶의 모드를 바꿔줄 밥상의 시작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점점 더 고독하게 늙어가는 인류와 점점 더워지는 지구와 생각지도 못한 바이러스가 일상을 바꾸어놓는 지금 밥을 짓는 일의 중요성을 되새겨봐야겠다. 들깨를 넣은 진득한 미역국에 에너지가 담겨 있었다. 

식사를 하고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구미시립중앙도서관앞에 자리한 우호의 정원을 돌아본다. 지금 구미시립중앙도서관은 잠정 운영이 중단되어 들어갈 수는 없지만 우호의 정원에서는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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