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일

피의 역사가 시작된 진산 성지

"전라감사의 조사에 따르면 윤지충과 권상연이 신주를 태워버린 사실을 자백했다 하니 어찌 이처럼 흉악하고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 있겠는가. 대저 경학으로 모범이 되는 선비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점차 물들어 이처럼 오도되기에 이른 것이니, 세도를 위해 근심과 한탄을 금할 수 없다."


- 정조실록


진산 성지를 오래간만에 찾아갔더니 못 보았던 조형물이 있었다. 사랑하는 것은 일일까. 본능일까. 의도해야 하는 것일까. 사람은 태어날 때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오직 어릴 때 그것을 스스로 발현할 수 없으니 보호를 받는 것이다. 최근에 어머니에 의해 숨진 아이의 사건으로 인해 사랑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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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인물 정약용은 천주교 탄압과 더불어 본격적인 유배생활의 격랑 속으로 빠지게 된다. 정조 역시 천주교 탄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았지만 천주교 탄압이 처음 일어난 금산 진산 성지의 사건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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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랑을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사랑을 하는 방법에는 극과 극의 차이가 있을 만큼 사람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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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충과 권상연은 결국 정조 15년 (1791) 11월 13일 전주 풍남분 밖 형장에서 참수를 당하고 진산군은 5년 동안 진산현으로 강등되게 된 사건이 일어난다. 부모에 대한 효가 국왕에 대한 충으로 연결되던 조선에서 용서할 수 없었던 사건으로 바뀌었다. 조선시대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였다. 국가의 지배구조 자체를 뒤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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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에 위치한 진산 성지는 최초 천주교 탄압지로 알려져 있는데 바로 부모의 신주를 불태우면서 발생하게 된다. 이를 알게 된 정조는 노론이었던 형조판서 김상집과 참판 이시수를 불러 물었고 그다음 날 정조는 '위정학(정학을 보위하라)'을 언급하면서 윤지충과 권상연을 사형에 처하라고 명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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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사회나 모든 것은 때가 있다. 지금 커피를 악마의 음료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과거에는 악마의 음료로 불리기도 했었다. 커피가 유럽 사람들의 마음을 잡은 결정적인 사건은 천주교 사제들이 교황 클레멘스 8세에게 커피가 악마의 음료라며 커피 음용 금지를 탄원했는데 교황이 이를 거부함으로써 오히려 유럽에 커피가 널리 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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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는 커피, 와인 등 마시는 것에 대해 많은 변화를 주도하였다. 조선에서 가베라고 부르기도 했던 커피는 12세기 십자군 전쟁 때 처음 커피가 들어왔지만 배척당하다가 1475년 유럽에 세계 최초의 커피 하우스가 콘스탄티노플에 문을 연 뒤 퍼져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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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것은 들숨(외부에서 코나 입을 통해 허파 내부로 들이마시는 숨)과 날숨(허파에서 공기를 내보내는 내쉬는 숨)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다. 진산은 외부의 문화가 들어오면서 사랑이라는 관점의 변화가 있었던 곳이다. 때가 되었을 때 적극적으로 변화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은 숨을 쉴 줄 아는 것도 필요하고 숨을 참을 줄 아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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