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Jun 15. 2020

특별한 날

삶을 짓는 것은 활을 쏘는 것과 같다. 

필자의 특별한 날을 위해 오랜 시간 마음을 쓰면서 선물 준비를 해온 사람이 있다. 그 사람과 함께 보령의 고택이 자리한 상화원을 방문해보았다. 큰 사고가 난 지 1년이 지난 지금 어떤 이는 생각지도 못한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다시 특별한 날을 맞이할 수 있었다. 자신만의 활을 쏘는 사람은 바로 삶을 짓는 사람이며 그것을 업력이라고 한다. 활을 잡아당기는 힘과 정확하게 과녁을 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글에도 꼭 필요한 것이지만 삶에도 필요한 것은 쉼표, 도돌이표, 마침표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몸은 회복이 되지만 무리해서 계속 사용하면 탈이 난다. 일에는 똑 부러지는 마침표가 필요하며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도돌이표가 필요하다. 피가 섞이지 않은 서로가 가까워질수록 서로가 하나가 되어가려고 하지만 침범함 수 없는 성역에 도달하게 된다. 그 지점에 이르면 도돌이표를 찍고 다시 돌아가서 어떤 지점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무덥던 날씨가 내린 비로 시원해진 데다가 마침 보령 상화원으로 여행길에 비가 그쳐줘서 여행에 좋은 시간이 되어주었다. 가끔 글을 쓰던 곳을 지인과 가면 자연스럽게 관광해설사의 역할을 하게 된다. 천상의 정원이라는 곳을 지나가면 석양 정원과 다양한 풍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보령 상화원은 10년 전쯤 처음 와본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거의 매년 이곳을 한 번 이상은 방문해본다. 매년 달라지는 모습이 보이는 곳이다. 죽도라는 유인도의 상당한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화원은 휴일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부처가 태자였을 때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고 출가하여, 중생구제라는 큰 뜻을 품고 고뇌하는 태자사유상에서 유래한 반가사유상이 보령 죽도 바다에서 사색에 빠져 있다. 사유(思惟, 산스크리트어: cintanā)는 대상을 구별하고 생각하고 살피고 추리하고 헤아리고 판단하는 것 또는 마음속으로 깊이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의 연구소에서는 물방울을 두고 실험을 했다고 한다. 각각이 물방울을 떨어트렸는데 사람마다 물방울의 패턴이 다르지만 같은 사람이 만든 물방울은 거의 같았다고 한다. 연인이 되는 것이란 서로의 몸속에 있는 물의 에너지장이 서로 교감해가는 겉과 같다. 몸속의 물 분자들이 치유 에너지의 진동으로 넘치게 하면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느끼게 된다. 

보령 상화원의 정점은 고택이 지형의 고저에 배치되어 있는 이곳이다. 회랑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고 아래에서 위까지 전국의 고택을 일부 재현해두기도 했으며 옮겨서 복원하기도 해 두었다. 

비어 있는 공간은 비워져 있는 대로 의미가 있고 채움이 있는 곳도 비움과의 조화가 필요하다. 상화원 역시 그런 조화를 잘 이루어서 좋다. 

저 앞에 보이는 건물은 경북 안동 병산서원의 만대루를 2019년에 복원해둔 것이다. 병산서원 만대루

만대루의 '만대'는 당나라 두보의 시 백제성루(白帝城樓)에 나오는 "푸른 절벽은 오후 늦게 대할 만하다[翠屛宜晩對]"에서 온 것으로 만대루는 병산서원의 백미요, 비어 있음 미학의 본보기라 칭송받는 건축물이다. 

여행도 한 번 간 곳을 다시 가는 도돌이표가 있다. 작년에 가보았지만 올해 가보아도 좋고 내년도 기대가 되는 곳이 있다. 이제 익숙해진 곳이지만 누구와 오느냐에 따라 또 다른 느낌이 부여된다. 삶에도 도돌이표가 필요하듯이 관계에도 도돌이표가 필요하다. 계속 반복되다 보면 그런 성역이었는지 스스로도 몰랐던 마음 지점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논리적 사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