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Jun 23. 2020

편백 (扁柏)

통영 편백나무와 미래사

편백나무로 만든 욕조는 향이 좋아서 개인적으로도 선호하는 편이다. 찜질방이나 사우나를 가면 편백나무로 만든 히노키탕이 있는 곳이 있는데 무언가 몸이 힐링되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일본인들은 히노키로 만든 가구들을 좋아하는데 이는 내수성과 항균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편백나무가 심어져 있는 곳을 가면 공기가 몸을 정화시키는 느낌이다. 

조경계획에서 생태적 조경은 자연과 인간, 자연과학과 인간 환경의 관계를 생태적 결정론으로 연결한 것이기도 하다. 자연적인 것이 가장 인간적이며 사람의 삶에도 잘 어우러진다. 

통영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미래사가 나오는데 편백나무 숲으로 유명한 곳이다. 지금은 차로 접근하기 쉽게 도로가 나 있지만 1950년대만 하더라도 용화사를 거쳐 올라와야 했던 ‘오지(奧地) 중의 오지’였다고 한다.  종각은 우리나라에서 보기드문 십자팔작누각(十字八作樓閣)이며, 삼층 석탑에는 티베트에서 모셔온 부처님 진신사리 3과가 봉안되어 있다.

효봉성지라는 입구의 문구가 눈길을 끈다. 편백나무는 빨리 자라는데 초기에 심은 나무가 60년이 훌쩍 넘은 시간이 지났으니 미래사 뒤편 삼나무는 아름드리 거목이 되었으며 미래사의 주변의 미륵산에 두루 퍼져 있는 편백나무 역시 거대한 숲이 되었다. 미래사에서는 차밭(茶園)을 마련하여 수만 그루의 차나무를 심어 옛날 우리 나라에서 성했던 차도(茶道)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불교는 사람이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기를 바란다. 자신의 운명은 자기 손안에 쥐어져 있으므로 어떠한 힘도 우리의 운명을 주재할 수 없다고 여기며 하늘의 신이라도 우리 운명을 조종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미래사는 효봉(曉峰)스님의 상좌였던 구산(九山)스님이 석두(石頭), 효봉 두 큰스님의 안거(安居)를 위해 1954년에 세운 암자였다고 한다. 

미래사는 잘 정돈되어 있는 사찰이다. 주변의 편백나무와 잘 어울리는 사찰이다. 편백나무에 둘러싸여 있지만 마치 동양의 정원을 상징하는 곳처럼 보인다. 하늘은 명을 만들지만 그 명을 세우는 건 사람의 몫이라고 한다. 미래사를 세운 효봉스님은 1954년 통영 미륵산 너머에 미래사(彌來寺)를 창건하여 머무르던 중, 8월 17일에 불교계의 정화불사운동(淨化佛事運動)이 일어났으므로 서울선학원(禪學院)에 머무르며 이를 지도하다가, 1955년 다시 미래사로 왔다가 1966년에 표충사에서 입적하였다. 

미래사를 나와서 다시 편백나무 숲길을 걸었다. 숲은 치유의 공간이며 편백나무는 피톤치드가 연상이 되게 한다. 피톤치드는 1943년 미국 세균학자 왁스먼이 발표한 것으로 러시아어로 식물의라는 뜻의 'phyton'과 죽이다는 뜻의 'cide'가 합해진 것이다. 다른 병원체가 자라나지 못하게 한 것이지만 우리에게는 향긋하면서도 몸에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많은 배움과 깨달음을 깨우친 공자조차 50이 돼서야 지천명이라고 하며 하늘의 명을 알았다고 한다. 마음의 지혜는 성숙되어 중년이 되어서야 인생의 이치를 깨달았으니 순응하는 가운데 인생을 개척하는 것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림을 알 수 있다. 길도 순한 곳이면서 통영의 여유로움을 느껴볼 수 있는 미래사 편백림은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에 여정 속에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금강 생태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