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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26. 2020

일상의 보배

진천 연곡리 석비가 있는 보탑사

이제 일상의 기본이 몸상태를 체크하는 것부터 시작이 된다. 원래 잘 아픈 편도 아니었지만 체온이 올라가는 것에 대해서는 민감해지는 요즘이다. 일찍 폭염이 찾아와서 몸의 체온이 많이 올라간 느낌이지만 체온을 재면 항상 기준점 안에 들어와 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 느끼는 것과 실제와는 차이가 있다. 자신이 느끼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고 상대방에게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닐까. 자신이 해오던 일상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코로나 19는 계속해서 불씨를 안고 가고 있다. 평소에는 일상을 유지하는 것은 죄가 아닐 수 있지만 지금은 매너가 아닌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고려시대 사찰이 있었던 자리라고 하지만 불사가 마친 것이 2003년인데도 불구하고 공력이 있어 보이는 사찰이 진천의 보탑사다. 비구니 승려인 지광·묘순·능현이 창건하였다고 하는데 중앙에 완공된 1996년 8월 3층 목탑만 보더라도 상당히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경내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만나는 저 탑의  높이는 54m[목탑 33.3m, 상륜부 20.8m]이다. 황룡사 9층 목탑을 모델로 만든 3층 목탑의 높이는 42.71m로, 상륜부[9.99m]까지 더하면 총높이가 52.7m에 이른다고 한다. 강원도산 소나무를 재료로 하여 전혀 못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지어졌다고 하니 오랜 시간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을 듯하다. 목조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못을 사용해서는 안된다. 수축과 팽창이 다르기 때문에 금방 집이 망가진다. 

면적은 대웅전 199㎡, 법보전 166㎡, 미륵전 136㎡에 보탑사는 1층 대웅전, 2층 법보전, 3층 미륵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진천을 지나칠 때 매번 보탑사로 가는 이정표만 보고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들러보고 싶어 졌다. 

구석구석에 있는 건물의 구조나 조형물을 보는 재미가 있다. 웬만한 발이 들어갈 정도로 움푹 파여 있는데 물고기 세 마리가 하나의 머리를 공유하고 있고 부처의 모습과 용, 연이 새겨져 있다. 이곳에 서서 불공을 들이라는 것인가. 

안을 들여다보니 팔자가 좋아 보이는 부처님이 옆으로 누워서 반짝거림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다시 나와서 돌아보다 보니 말 그대로 돌부처도 보인다. 귀한 보배로 장식한 탑이라는 보탑사의 돌부처는 소박해 보였다. 

미륵반가사유상 역시 여름의 더위는 피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연잎으로 그늘을 만들고 쉬고 있었다. 사색에 빠지려고 해도 역시 몸이 편하고 봐야 할 듯하다. 더워서 죽겠는데 무슨 좋은 생각이 떠오르겠는가. 

마침 맑은 물이 흘려내려 오는 약수를 보니 목을 축일 수 있었다. 물이 참 맑다. 아마도 전국 사찰의 약수를 가장 많이 마신 사람을 꼽으라면 필자도 들어갈 듯하다. 

보탑사의 옆에는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 제404호의 고려시대 석비인 진천 연곡리 석비가 자리하고 있다. 거북 받침 위에 비몸[碑身]을 세우고 비머리[螭首]를 얹은 일반형 석비로 비문이 없어 일명 백비(白碑)라고 불린다. 비머리[螭首]에는 아홉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물려고 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조각하였는데 건립 연대나 양식에 있어 월광사 원랑선사비와 비견되는 작품이라고 한다. 

이 토끼는 지금까지 보아온 토끼 중에서 가장 개에 가까웠다. 애교를 부리는 것이나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땅에 몸을 뒹굴면서 자신이 얼마나 귀여운지 보여주었다. 절로 '이 개 같은 토끼를 보았나'라는 말이 나왔다. 말을 걸면 알아듣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다음에 다시 온다면 이 토끼가 만나보고 싶어 질 것 같다. 

덥지만 이 더위를 잘 이겨내고 남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오래오래 보탑사의 사랑꾼으로 남아있기를 바래본다. 


고려시대에 이르면 완형의 형식을 갖춘 금동제의 소탑들이 발견되는데, 당시의 목조다층누각(木造多層樓閣)형식을 충실히 모방하고 있는 것이니 진천의 보탑사는 고려시대의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보탑사같은 곳의 보탑은 단층이나 중층으로 만들어지는데  상륜부를 갖춘 다층탑으로, 목탑이나 석탑 내지 목조건축물의 누각 형식을 충실히 표현하고 있어, 보통은 당시의 건축양식을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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