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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7. 2020

희망 (希望)

평온하게 기다려보는 일

주역을 살펴보면 육효에는 변화·변동·삼재(三才: 天·地·人)의 뜻이 담겨 있다.  여섯 효로 이루어진 64괘에서는 모양의 변화를 보여 주고 있는데 희망은 바로 이 육효를 수건으로 가리고 있다는 한자가 결합된 것이다.  앞날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된다는 뜻은 앞으로의 운수를 알려줄 점괘를 수건이 가리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망(望)은 추석을 연상케 한다. 바깥에 나가고 없는 사람이 돌아오기를 달을 바라보면서 기원하니 추석의 둥근달이 생각난다. 

앞으로가 어떻게 될지 희망처럼 이루어질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만으로 희망의 싹은 피어난다고 한다. 현실을 살아가고 있음을 좋은 풍광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길을 만들어준다. 

음성에 자리한 감곡 매괴성당에 가면 박물관이 있는데 이곳의 역사와 더불어 그동안의 역사와 함께 물건들을 살펴볼 수 있다. 감곡성당은 1896년 프랑스 임가밀로 신부에 의해 충청북도에서는 첫 번째, 국내에서는 18번째로 세워진 성당이다. 항상 첫 번째라는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곳에 머물렀던 임가밀로 신부는 조선에 입국한 뒤 고종으로부터 직접 태극기를 받았던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제강점기에 임가밀로 신부는 이 태극기를 제대 밑에 숨겨두고 있었으며 일제로부터 해방되자 이 태극기를 꺼냈고, 감곡 본당 신자들은 이 태극기를 본떠 태극기를 그려 만세를 불렀다고 알려져 있다. 

임가밀로 신부는 1947년 "성모여, 저를 구하소서"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임종하였으며 성당 뒤 양지 바른 곳에 묘소가 있었는데, 현재는 성당 내에 묘지를 만들어 안장되었다. 임가밀로 신부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자주 “나는 여러분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했다고 하는데 성당에 오면 입구에서 문구를 볼 수 있다. 종교인들의 자세를 다시 돌아봐야 하는 말이다. 

이 땅에 들어온 천주교는 16세기의 위대한 인문주의 학자인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가 교회에 만연된 미신과 도덕적 악습을 공격한 후 성서만이 권위가 있고(sola sciptura), 의인(義認)은 선행에 의해서가 아니라 믿음에 의해서만 가능하다(sola fide)는 것의 루터의 신학적 개혁인 종교개혁 이후의 결과물이다. 

이제 여행이나 혜택, 경제 모두 대정맥 등을 통해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구석구석까지 도달할 수 있는 모세혈관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소소한 것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희망이란 거창하게 큰 것이 아니라 손안에 작은 불처럼 있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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