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한식 김치 견문록
우리가 살기 위해 먹는 음식을 너무 가볍게 혹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고 사는 것이 아닐까. 배달음식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고 김치같이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주로 사 먹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음식의 가치를 잊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모든 지역에도 김치가 있지만 지역마다 김치 맛은 모두 다르다. 서울 음식은 대부분의 요리가 집중되는 곳이라서 특색 없는 특색을 가진 이며 경기도는 소박하면서도 평범한 것이 특징이다. 김치라는 것은 지역색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요즘같이 대량으로 상품화된 김치에서는 그 맛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예전에는 배추를 사다가 절임을 하는 생고생(?)도 마다하지 않았으나 올해는 조금 더 현명해지기로 했다. 절임배추를 사는 방식으로 바꾸었지만 한 번도 안 절여본 사람이라면 절여보는 수고(필자만 당할 수는 없으니...)를 해보는 것도 좋다. 처음부터 끝까지 김치를 만들어본 사람과 일부에서만 참여를 해본 사람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절여진 배추는 씻지 않고 물기만 빼서 양념에 버무려주면 된다.
우선 준비된 양념에 더하기 위해 민물새우와 가자미액젓 등을 넣고 준비를 해준다. 다시 지역의 음식 맛으로 돌아가면 충청도 음식은 대부분 그렇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평범하고 무난하다. 그렇지만 맛의 으뜸이라면 사치스러우면서 맛의 으뜸이라고 하는 전라도 음식을 빼놓을 수가 없다. 경상도 음식은 지역의 감칠맛이 있으며 강원도 음식은 토속음식을 대표한다.
준비된 양념에 갈아 넣은 재료를 넣고 다시 잘 섞어준다. 지금의 빨간색의 김치는 조선시대부터 만나볼 수 있었지만 부족 국가 시대나 고려시대까지는 소금으로만 절여서 만들었으며 오이나 미나라, 부추 등이 들어간 김치 등의 다양한 형태도 있었다. 한국음식의 대표적인 원리는 바로 섞음의 미학이다.
이번에는 배추만 등장한 것이 아니라 무도 함께 하기로 했다. 정말 오래간만에 통무김치를 만드는 시간이다. 11월의 무는 보약이라는 말도 있지만 아무거나 사도 맛이 좋기에 가을무는 덮어놓고 먹어도 된다는 말도 있다. 김치는 배추를 비롯한 온갖 채소에 동식물석 양념들이 어우러지고 적절하게 어울리면서 발효과정을 거치게 된다.
무를 먹기 좋은 크기(아니 익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소금을 뿌리고 4시간 정도를 절여준다. 지금까지 알려진 김치의 종류는 약 200여 종에 달한다. 자채, 제채, 엄장채, 저채, 침채 등은 모두 김치를 칭하는 것이다. 나이 말고 많이 먹어도 되는 것은 김치다.
무와 부추를 적당하게 잘라서 넣고 버무려준다. 건강성을 지향하는 식사에는 황금비율이 있다고 한다. 원래 한국음식은 건강성을 갖고 있는데 영양학적 측면뿐만 아니라 한국음식을 다채롭게 만드는 데에도 공헌을 한다.
역시 잘 버무려놓고 보면 그 색감이 남다르다. 임진왜란 당시에 들어왔다는 고추는 김치에서 빠질 수가 없는데 특히 항산화 기능이 있어서 노화를 늦추어준다고 한다. 양념은 음식의 맛을 돕기 위해 쓰이는 중요한 식재료이며 그냥 대충 섞인 것 같아도 어떻게 보면 카오스적인 온 우주의 질서를 담고 있는 옛사람들의 지혜가 있다.
쪽파도 사 왔다. 파김치는 가끔 입맛이 없을 때 먹으면 그 알싸한 맛이 입맛을 돋워준다. 그러고 보니 양념에 대파가 들어가는 경우는 있어도 대파 김치를 담근다는 경우는 많이 못 본 것 같다.
햇김치의 노란색 속살이 그냥 보아도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비타민 C, 무기질(칼슘, 인, 칼륨 등), 섬유소가 풍부해 영양가치가 높다는 배추는 중국이 원산지이며 한반도에서 언제부터 재배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하나 중국 배추보다 한국 배추가 맛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봄에는 노지 배추, 가을배추는 김장배추, 겨울배추는 월동배추라고 부른다.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와 무 가격은 하락했지만 양념채소 값은 올랐다고 한다.
잘 버무려서 차곡차곡 담아보았다.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손은 많이 간다. 어떻게 배추는 물이 만들어낸 것이기도 하다. 물은 특별히 귀하고 아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는데 이는 생명을 유지하는데 물은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 정도 비주얼이면 이쁜 김치로 만들어졌다고 생각된다. 아침에 나오는 막장 드라마보다는 차라리 김치가 형성되는 과정을 만나는 드라마를 보는 것이 정신적으로 더 바람직하다. 모든 음식에는 원리와 철학이 담겨 있는데 우리 음식들은 수많은 사연들을 제각각 가지고 태어나 사라지기도 하는데 김치는 영원히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잘 절여진 무를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제거해두었다.
이제 통무김치와 파김치를 담글 시간이다. 양념이 떨어져서 다시 사 왔다. 대파, 부추, 양파, 다시 민물새우와 여러 양념 조연 등이 준비되었다.
찹쌀풀도 좋고 밀가루풀도 좋고 식성에 따라 다르지만 나중에 맛의 깊이는 달라진다.
고춧가루는 품질만 좋다면 비싸더라도 사는 편이다. 저렴하고 맛있는 고춧가루는 없어도 비싸면서 맛있는 고춧가루는 있다. 탁한 색이 아닌 선명한 붉은색에 빛깔이 광이 나는 것이 좋다. 건고추도 섞어주면 색다른 맛이 나기는 하지만 올해 햇고추를 사 오지 않아서 고춧가루만 들어가게 되었다. 전통시장이나 5일장에 가보면 곱게 빻아 빨갛게 포장된 고춧가루, 고소한 참기름과 들기름, 각종 곡물류 등 여러 종의 제품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볼 때 무언가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다시 양념을 조합해서 잘 버무려주었다. 배추김치에 들어간 양념과 통무김치와 파김치에 들어간 양념의 내용은 조금 달랐다.
절인 무 3kg에 고운 고춧가루 40g을 넣고 색을 입힌 뒤 마늘 30g, 생강 10g을 넣고 섞어 섞박지를 만드는 것도 괜찮다. 보통은 김치를 담근 다음 상온에서 하루 숙성 뒤에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무를 양념을 하고 차곡차곡 쌓아둔 뒤에 파도 양념을 해서 위에다가 덮어두었다. 주로 전라도에서 많이 담가 먹는 김치로 생 멸치액젓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지만 가자미액젓이 많이 있기에 가자미액젓을 넣었다. 조상들은 언제부터 파김치를 담갔을까? 현재까지 찾아본 기록으로는 조선 초기에도 있다. 김치를 담그기 전까지 그렇게 꼿꼿하던 파가 김치를 담그자 부들부들 부드러워지는 것에 비유한 것으로 보통 힘이 쭉 빠졌을 때 파김치가 되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아무튼 2020의 김치 혹은 김장은 이렇게 끝이 났다. 이제 코로나 19에 밖에 나가지 않아도 굶어죽을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