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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24. 2016

배트맨 V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히어로는 어떤 잣대가 필요한가. 

도량형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자이다. 자의 표준이 없다면 인류가 이렇게 발전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흔히들 사람에게 들이대는 잣대는 공평해야 한다고 말한다. 같은 수치가 누군가에게는 짧고 누군가에게는 길게 된다면 어떻게 공평할 수 있겠는가. 슈퍼맨은 지구가 아닌 크립톤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다. 태양에서 에너지를 얻고 유일한 약점인 크립톤만 아니면 가장 신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러나 지구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주민(?)이다. 그럼 지구의 잣대를 들이대야 할까. 


슈퍼맨과 조드 장군의 격렬한 전투 이후 메트로폴리스는 파괴되었다. 슈퍼맨이 지구로 와서 조드가 왔고 결국 무고한 사람들 수천 명이 죽었다. 인근 도시 고담의 배트맨은 그런 슈퍼맨이 못마땅하다. 그런 힘이 있다면 인명피해를 최소화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는 배트맨은 슈퍼맨이 근미래에 인류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인간이든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한 힘을 가진 자가 아무리 선이라고 외치고 정의라고 한들 그 힘이 1%라도 잘못된 곳에 사용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곧 개봉할 마블 세계 시빌 워에서는 그런 문제로 인해 히어로 등록법안을 추진하며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으로 나뉘어 격돌하게 된다. 


잭 스나이더가 메가폰을 잡은 배트맨 V 슈퍼맨은 묵직해졌다. 마치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리부트 시리즈와 묘하게 닮아 있다. 그러나 그 깊이는 얕은 편이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관점의 차이는 보이긴 했지만 조금 부족해 보인다. 초반부에 루터 렉스의 계략으로 서로 간에 반목을 해가는 과정까지는 그럴 듯했지만 갑작스럽게 이 둘의 대결이 진척이 되는 중간에 무언가 빠져있는 느낌이다. 그래도 인간계의 히어로 배트맨과 외계인 출신 히어로 슈퍼맨과의 대결은 볼만하다. 수치상으로 보면 배트맨의 100전 100패가 예상되지만 DC Comics의 세계관에서 배트맨은 모든 전략을 짜고 히어로들을 진두지휘하는 두뇌 역할을 하는 만큼 승패는 힘의 논리로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크리스천 베일의 배트맨이 조금 날렵한 느낌이라면 벤 애플릭의 배트맨은 묵직하다. 일부러 근육을 불렸는지는 모르지만 덩치로만 보았을 때 슈퍼맨을 압도하고 남음이 있다. 철저히 준비하여 슈퍼맨의 생명을 거둘 수도 있었지만 역시 대화는 서로 간의 오해를 푸는 데 있어서 필요한 가 보다. 모든 문제의 해결점은 대화다. 자신의 생각대로만 하다 보면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렉스는 빌런이라기 보기에는 좀 그렇고 잔머리가 아주 잘 돌아가는 사이코패스에 가깝다. 히어로 몇 명이 모여도 이기지 못할 빌런인 둠스데이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런데 금전적으로 아쉬울 것이 없는 그가 왜 그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점이 아쉽다. 그냥 어릴 때 아버지에게 학대받았다고 외치는 부분이 나오지만 그것만으로는 그의 성격을 규졍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멋있는 히어로는 시종일관 묵직한 배트맨이나 신같은 이미지이지만 인간의 이중잣대에 괴로워하는 슈퍼맨이 아니다. DC Comics에서 가장 강한 여성 히어로이면서 어떤 남성 히어로보다 강한 원더우먼의 등장이다. 어릴 때 보았던 원더우먼은 그냥 구색 맞추기용 여성 히어로의 느낌 어었는데 배트맨 V 슈퍼맨에서의 원더우먼은 누구보다 강하고 매력적이다. 


마블 세계관에서 나오는 히어로와 DC Comics의 히어로는 좀 느낌이 다르다. 전자는 인간에서 파생된 히어로라면 후자는 타고난 금수저 스타일의 히어로다. 이들을 같이 볼 수 있다는 자체가 더 큰 메리트가 있어서 이 영화가 재미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 단체가 등장하는 시리즈의 마블 영화의 디테일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우선 가지고 있는 힘의 사이즈가 다르다. 핵폭탄에도 살아남는 슈퍼맨과 빌런이 있는 DC Comics와 핵폭탄이 터지면 대부분이 저세상과 조우하는 마블 히어로의 차이라고 할까. 그렇기에 마블의 영화는 디테일하고 좀 더 역동적이다. 


배트맨 V 슈퍼맨이 기존 DC Comics 시리즈 물에서 벗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재미도 있다. 

원더우먼이 살짝 밋밋할 뻔했던 이 영화를 확실하게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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