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Soul)

살아 있음의 가치를 느끼는...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과 연장선상에 있을 것 같은 영화 소울은 개봉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지인과 둘이서 가까운 곳에 나들이를 갔다 온 후 점심식사를 하면서 반주를 하고 정리된 집에 와서 다과를 즐긴 다음 모셔다 주었다. 잠시 시간의 여유를 즐기면서 소파에 누웠는데 무언가 이상했다. 무언가를 준비했는데 잊은 느낌이랄까. 술기운에 잠시 꾸벅꾸벅 졸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지난주에 영화 소울을 예매한 것이 떠올랐다. 상영시간을 약간 지나가긴 했지만 걸어서 갈 수 있는 극장에 예매를 해놓은 터라 부랴부라 옷을 챙겨 입고 나왔다. 침대처럼 누워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관을 예매해놓은 터라 집에서 보는 것처럼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들은 생각은 인사이드 아웃보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재미는 덜한 느낌이었다. 재즈 연주자의 꿈을 꾸는 조 가드너와 사후세계에서 만난 22와의 이야기를 그린 소울은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단 하루의 가치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토록 원하는 무대를 꿈꾼 조와 수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간세상을 두려워했던 22의 삶이 교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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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삶을 살아가지만 하루도 아주 알차게 보내는 편이다. 지인들과 전화를 할 때 항상 물어보는 것 중에 하나가 재미있냐?라는 질문이다. 대부분 돌아오는 답은 그냥 산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 같은 일상과 미세한 변화를 느끼는 것은 축복이다. 그 속에서 새로운 도전도 해보면 더 재미있어진다. 조의 몸에 22의 영혼이 들어간 상황에서 겪게 되는 반나절 가량의 인생에서 22는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평범함이 너무나 재미있다. 결국 자신의 몸으로 들어간 조는 그토록 원했던 무대에 섰지만 정말 원했던 삶이 그것이었는가를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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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신에 가까운 캐릭터의 제리는 태어나기 전에 영혼들에게 인격과 성격을 부여하고 소울 카운터인 제리는 현명한 철학자와 비슷하다. 코로나 19 이전에 사람들은 더 큰 것이나 자극적인 것을 생각하며 살아왔다. 일상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했고 더 많이 누리려고 했고 밤에 나가 유흥문화를 즐기며 그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으로 규정되는 나가 아니라 그냥 나 그 자체의 가치가 있을 때 하루도 소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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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에게도 말했지만 디테일의 미학을 느낄 수 있을 때 삶이 재미있다. 큰 것도 좋지만 작은 것도 좋다. 작은 행복의 무게는 큰 것의 무게보다 작지 않다. 어차피 돈도 숫자가 많고 적음에 불과하다. 물론 부동산이나 자동차를 사려면 숫자가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매번 필요하지는 않다. 멀리 있는 큰 것보다 가까이에 있는 작은 것을 잡기가 훨씬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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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시간이 끝나면 영혼을 데려가는 테리는 무서운 존재로 보이지만 필요한 존재다. 테리는 쿠키영상을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에게 영화는 끝났으니 집으로 가라고 고함을 친다. 영화는 영화고 영화가 끝나고 난 다음에 일상은 여전히 이어진다. 세상에는 평범하지만 가치 있는 하루와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일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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