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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18. 2021

천 원의 맛

왜 김밥은 천 원에서 시작했을까? 

주머니에 천 원짜리 한 장 정도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니 지갑에는 없어도 통장에는 있을 수 있다. 천 원의 가치는 이제 그 가치를 따져보기가 힘들 정도로 희석이 되었지만 여전히 잔돈으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천 원 한 장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음식을 사서 먹기도 힘들다. 보통 식당에서 공깃밥 한 그릇에 천 원 하는 곳이 많이 있다. 물론 식당을 가서 천 원을 내고 공깃밥 한 그릇을 주문할 수는 없다. 오래전 한 번에 식재료가 포함이 되어 있는 김밥이 한 줄에 천 원으로 출발하였다. 언제인지도 기억이 안 날정도다. 지금은 천 원의 가치를 지향하던 그 김밥집에서도 한 줄에 천 원주고 사서 먹을 수는 없다. 

검색하는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들 것 같았지만 천 원에 김밥을 파는 집을 열심히 찾아보았다. 게다가 옥천의 천 원 김밥 하는 집을 찾아가는데 들어간 기름값이 10,000원은 족히 될 듯하다. 만약 필자가 장사꾼이었다면 수지타산이 전혀 맞지 않는다. 옥천으로 가는 길목에도 많은 눈이 내려서 조심스럽게 운전을 했다. 

이 음식점은 1,000원에 김밥 한 줄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지정한 착한 가격업소이기도 하다. 주변에서 장사를 하시는 분이나 나이가 드신 분들도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 많이 찾아가는 곳이라고 한다. 

필자가 두 줄을 주문할지 어떻게 알았는지 몰라도 두 줄을 주문하자 얼마 전에 싸놓은 김밥을 바로 내어주었다. 한 줄을 주문하는 사람은 없는 것인가. 성인이 한 끼 식사로 한 줄은 작긴 하다. 만약 먹방으로 유명한 네 명이 온다면 30줄은 먹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필자는 몸매를 관리하는 사람이라 적당히 먹고 적당히 움직이는 편이다. 

생각보다 내용물이 실하고 밥도 꽤나 맛이 있었다. 오래간만에 맛있는 밥을 먹었다고 할까. 밥의 꼬들꼬들함과 간이 적당하게 잘 맞는 느낌의 음식점이다. 언제 다시 와서 먹을지는 모르겠지만 가성비와 맛을 균형감 있게 맞춘 느낌의 김밥집으로 주차가 불편하다는 것 외에는 괜찮다. 

김밥 두 줄을 먹고 만족해하면서 가까운 곳에 옥천 구읍의 천변길을 돌아보았다. 뭐 일상이 별 것이 있겠냐만은 먹고살자고 하는 것이니 오늘도 먹는다. 천 원의 가치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지갑을 열어본다. 아직도 천 원짜리가 많이 들어 있었다. 오래간만에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천 원 부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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