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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21. 2021

조명이 만든 공간

옛 길이 자리한 거리

여성 시인 중 앤 브래드 스트리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 삶에 만일 겨울이 없다면, 봄은 그다지 즐겁지 않을 것이다. 만일 우리가 때때로 역경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성공은 그리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신대륙이었던 미국에 초기 정착을 했던 사람으로 시를 쓰고 싶었지만 가사일때문에 제대로 몰입을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가족이 모두 잠든 밤에만 글을 쓸 수 있었다고 한다. 어릴 때는 굴다리나 어두컴컴한 곳은 지양되는 곳이었다. 치안이 안 좋은 곳이기도 했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밤의 시간을 조금은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조명이다. 덕을 품은 굴다리는 조명이 설치가 되어 있어서 2,000년대 들어서는 걷기에도 무리가 없는 공간이다. 이 굴다리길이 처음 지어진 것이 1900년대 초반이니, 이들 사이에 놓인 100여 년의 세월에 비하면 오히려 짧게만 느껴지는 거리다. 

이 시간에 오면 이곳은 시끄럽다. 새벽에 운송할 화물을 옮겨 싣는 작업이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덕을 품은 굴다리 이야깃거리의 입구에 자리한 미카 3-129호 증기기관차가 내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2008년에 16번째 등록 문화재로 68년 된 '증기기관차 미카 3-129호'가 지정되었다. 대전의 이 기관차는 한국전쟁 중인 1950년 7월 19일 북한군에 포위된 미 제24사단장 윌리엄 F. 딘 소장을 구출하기 위해 적진에 돌진한 기관차이기도 하다. ‘미카형 증기기관차 129호’는 1940년 일본에서 제작되고 조선총독부 철도국 경성 공장에서 조립된 증기기관차다. 

시간을 건너뛰어 증기기관차 시절의 낭만과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길이며 당시 증기기관차의 평균 시속은 20km로, 지금의 고속철도가 최고 시속 305km를 달리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는 속도이기도 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시간이 더디게 간다. 

대덕구에 있는 근대건축물은 아니지만 굴다리 이야깃거리에서 만나는 근대건축물은 지금껏 남아있는 옛 대전의 근대건축물이며 앤틱스러우며 단박 한 분위기가 매력이다. 고양이가 좋아할 것 같으며 혼자 보내기에 유일한 시간이었던 밤을 앤 브래드스트리트는 이렇게 썼다. "고요한 밤은 고민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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