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악마
"지금까지의 인생을 살면서 피하고 싶은 것은 있었나요?" 이 질문을 왜 던지고 싶었는지는 모르지만 물어보고 싶었다. 그녀라만 알려줄 수 있을 겉 갔았다. "살면서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한 것도 아니지만 이제야 알게 된 것은 있어요." "그게 어떤 건가요?"
"나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불확실한걸 너무 두려워하는 거라는 거죠. 한 달 일하면 다음 달에 수입이 들어오잖아요. 가게를 여는 건 거기서 무언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과 미래죠. 그런데 어떤 일들은 미래가 확실하지 않아요. 사람과의 관계라던가 남녀 사이 같은 거요. 예술적인 활동도 포함이 돼요. 확실한 보답이 없거든요. 일하면 시간당 얼마가 책정이 되고 계약하고 한 달을 일하면 다음 달에 돈이 들어올 것이라는 예측 가능한 것들이 없는 것을 두려워하는 거예요."
듣고 보니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가능한 범주가 있고 예측 가능한 일들도 있다. 그런데 어떤 아니 세상에 많은 것들을 그 걸로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럼 꿈이 뭐였어요?"
"작가로서 아가사 크리스티를 꿈꿨어요. 책을 읽으면 뻔해 보이고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쓰는 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리고 그걸 위해 현실을 포기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죠. 안 하고 싶고 안 보고 싶고 안 걷고 싶은 거죠. 편해 보이는 길이 있고 누구에게 의지하면 될 수도 있고 한 달 벌어 한 달을 살면 될 것을 담보되지 않는 미래를 위해 현실을 포기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러면 그 길을 안 걸었나요? 정말 하고 싶었다면 가지 않았을까요."
잠시 라디오 너머로 웃음과 한숨이 같이 묻어 나왔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백주의 악마처럼 사람 속에는 그 힘만 다를 뿐이지 누구나 악마가 있어요. 꼭 악마가 나쁜 건 아닌데 그 악마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사람의 몸을 이용하죠. 괴롭히고 몰아서 궁지에 몰죠. 보통은 그 악마의 존재를 모르고 살죠. 그냥 현실에만 있으면 되니까. 그런데 어떤 사람은 그 악마를 느끼고 평생을 싸우죠. 내 안의 악마가 나쁘지만은 않아요. 그렇지만 그 균형이 틀어지면 너무 힘들어져요."
그녀가 말한 백주의 악마를 읽어본 적이 없어서 그 악마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악마가 꼭 나쁘지 않다는 말도 모르겠고 점점 더 미궁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들을수록 알 것 같으면서 모르겠어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길을 걷는 거는 만족도가 떨어져요. 대신 안정적일 가능성이 큰 거예요. 그런데 그걸로 만족이 안 되는 사람들이 있어요. 계속 도전하는 거죠. 더 큰 목표를 위해 걷는 거예요. 보상에 대한 보장이 확실히 되지 않는 일을 계속하는 건 정말 힘들어요. 그렇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숙제 같은 거예요."
대화를 하면서 알 것도 같으면서 이해는 쉽지 않았다. 좀 편하고 재미있고 즐겁게 살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
ps. 백주의 악마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로 에르퀼 푸아로가 휴가를 즐기던 섬에서 한 여성이 살해당하면서 시작한다. 피해자인 여성은 실로 아름답지만 그 평판은 실로 최악인 여성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그런 여성이 살해당하고 푸아로는 사건의 해결을 위해 나서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