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맛, 술맛

당진 면천의 소소한 볼거리들

물 맛이 좋은 영국의 한 지역이 있다. 그곳에서 생산되는 몰트 위스키들은 Glan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는다. 영어로 골짜기라는 의미다. 그 물줄기에서 생산되는 몰트 위스키의 브랜드들만 10여 개에 달할 정도다. 한국에서 술맛이 좋기로 유명한 지역은 대부분 우물이나 샘이 솟아나는 곳이 있다. 당진의 면천읍이라는 곳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진달래술로 유명한 곳이 면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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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고향이라고 할만한 곳이 없어서 어느 곳을 가던지 마음이 가기도 한다. 면천읍성이 자리한 당진의 면천읍도 그런 곳 중 하나다. 면천읍성은 동, 서, 남, 북의 사대문까지 갖춘 성으로 고려시대 충렬왕 16년(1290)에 세워졌다고 하나 실은 백제 초기부터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은 면천읍성을 둘러보기보다는 그 맑은 샘물이 보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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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복원된 옛 건물로 면천읍성 장청이다. 장청은 속오군의 우두머리인 현감과 병방, 군교들이 군무를 보살피던 청사다. 작년에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하는 ‘달빛이 스며드는 소리’ 음악회를 개최했던 곳이 바로 장청 앞이었다. 클래식 앙상블 연주, 팝페라, 비보잉 공연이 이뤄져 코로나 19에 따른 문화갈증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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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이 샘솟는 곳으로 가는 길목에는 군자정이 있다. 고려 공민왕 2년 (서기 1352년대) 지주사 곽충룡이 관아 동쪽 은행나무 아래에 연못을 수축하고 1903년 면천군수 유한재가 원형의 섬을 만들고 그 위에 8 각정을 짓고 연못에 연꽃을 심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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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비들이 머물던 곳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사라졌다. 이후 19994년 국토 가구끼 사업의 일환으로 팔각의 정자와 사각의 연못을 다시 복원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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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당진 면천을 찾았을 때는 이곳에 초등학교가 있었는데 지금은 한참 문화재를 발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무엇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발굴된 문화재들은 충남에 자리한 국립박물관에 전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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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겸을 위해 진달래술을 제조하기 위해 바로 이곳에서 물을 떴다고 한다. 설마 지금도 물이 나올까란 생각으로 안샘으로 가본다. 산신령이 진달래를 이용한 술을 빚으라고 한 것. 아울러 두 그루의 은행나무를 심으라고 했고, 술은 면천면의 안샘 물로 빚으라고도 했다. 진달래는 천식과 고혈압에 효능이 있고 은행은 치매와 야뇨증 치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안샘의 효능이 한몫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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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을 보았는데 물이 참 맑다. 보통 우물이 남아 있는 곳을 가보면 물이 맑은 경우가 많지 않은데 이곳의 물은 참 맑았다. 두레박이라도 있었다면 한 모금 마셔보고 싶을 정도였다. 복지겸의 딸이 어떤 마음으로 술을 만들었을지는 예상이 가지만 그 이후로 많은 개선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면천 두견주가 되었다. 열심히 필사적으로 노력하다가 한 실수는 그대로 살이 되어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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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채취한 진달래에 안샘의 물로 찹쌀을 주원료로 100일간 발효 숙성시키면 두견주가 완성되는데 한국의 술은 그 어느 나라보다 계절감이 있었던 문화였다. 5월 단오에 마시는 창포주, 배꽃처럼 하얀 이화주, 한여름 연잎의 연잎 주, 가을의 국화주 등 자연과 함께 살아갔었던 것이다. 사람 사이에서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존재의 목소리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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