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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26. 2021

시락국

통영의 맛이 담긴시락국

바다의 도시 통영은 예술의 도시다. 음악의 윤이상, 소설의 박경리, 미술의 전혁림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머물렀고 잠시 머무르더라도 통영을 사랑했던 예술가들이 많았다. 그래서 통영만의 맛은 그 독특함과 오래된 전통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날 먹어본 통영의 시래깃국은 묘하게 음악과 어울렸는데 그 음악은 클라우디오 몬테르베르디의 "당신을 보고"라는 클래식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유행했던 다성 음악을 벗어나 반주에 맞춘 단일한 선율선을 통해 언어와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느낌이다. 

사람을 중심에 둔 클래식을 들으면서 통영의 서호시장을 찾았다. 통영 서호시장은  ‘통영’하면 생각나는 감칠맛 나는 먹을거리와 아름다운 명소들, 그리고 훈훈하고 정겨운 사람의 내음을 대표하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 사람들은 보통은 시래기국으로 알고 있는데 통영 같은 곳은 시락국이라고 부르고 있다.  ‘시래기’라는 이름은 ‘쓰레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는데, 김장 등을 끝내고 남은 무청을 이용하여 만들기 때문이다. 본래는 무청이나 배춧잎을 말린 것을 뜻하지만, 배춧잎 말린 것을 ‘우거지’라고 부르면서 시래기는 자연히 무청을 말린 것을 말하게 되었다. 

이 음식점은 저렴한 가격에 통영을 대표하는 맛을 모두 볼 수 있다. 시락국은 물론이고 통영의 충무김밥에 들어가는 재료가 모두 이곳에 있다. 미니 뷔페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어떻게 보면 기사식당처럼 보이지만 더 정성이 들어가 있다. 

시락국에 자신의 기호에 따라 다양한 식재료를 넣어서 먹어볼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자신의 기혹에 따라 자신만의 시락국을 먹고 있었다. 

비타민 A,B,C,E가 풍부하고 칼슘과 철분도 식이섬유도 최고로 풍부하니 항산화 식품 항암식품이라고 불리는 시락국은 살짝살짝 풍기는 구수하고 진득하고 칼칼하고 시원하고 감칠맛 난다. 

시락국이라는 것이 과거에는 하찮게 여겨졌던 시래기가 들어간다. 김장을 위해 무, 배추를 손질하다가 버릴 듯 버릴 것 같은, 버릴 수 없는 무청이나 배추 겉잎을 말려두었다가 겨우내 음식 재료로 사용하던 것이었다.그렇지만 지금은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어가고 있다. 

밥 한 그릇을 잘 말아서 시락국을 가져온 반찬과 함께 먹어본다. 여러 가지 반찬이 있지만 역시 충무김밥에 들어가는 오징어와 무가 가장 잘 맞아 보인다. 이 시락국은 도시에서 먹는 혹은 지역에서 먹는 맛과는 조금 다르다. 살짝 더 바다 맛에 가깝다고 할까. 

먹고 나오는 길에 보니 말려지고 잇는 생선들과 함께 반건조 생선들이 눈에 뜨인다. 역시 통영은 바다의 고향이며 음악의 고장이기도 하다. 먹어본다 먹어 본다 하면서도 먹어보지 못했던 시락국을 먹으니 이제야 밀린 숙제를 한 느낌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생각해보면 결국 먹기 위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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