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장미의 여자

공감의 이야기

시간이 조금씩 흐르자 막혔던 차량의 흐름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그 시간을 차마 견뎌내지 못한 세단이 버스 전용차로를 쏜살같이 내달렸다. 그 뒤를 사이렌을 울리면서 경찰차가 쫓아가고 있었다. 결국에는 막다른 길에 이를 텐데 그것을 모르고 달려가는 것을 보면 인생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연희는 잠시 했다. 아직 다 마시지 않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수경은 분위기가 적막해졌다고 생각했는지 입을 떼었다.


"혹시 너희들은 지우고 싶은 흑역사 같은 기억은 없어?" 연희는 그녀의 말에 흘깃 쳐다보고 뒷좌석의 지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느낀 지수는 기댔던 몸을 일으켰다. "나도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지 왜 없겠어.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일들이 있잖아." "너는?"수 경이는 연희에게 다시 물었다.

"나도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하지 않으려고 하지. 되새김질한다고 해서 없어지거나 좋은 것도 아니고 말이야."

"나는 기억을 지워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해. 좋은 기억만 남기고 나쁜 기억을 지워주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 수경의 말을 들은 지수는 그녀의 말을 이었다.

"그런 것이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자신의 모습은 좋은 경험이나 나쁜 경험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결정된 것은 없겠지만 나쁜 경험도 나를 변화시키는데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 오히려 그 경험이 있기에 안 좋은 방향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좋은 방향으로 가게끔 만드는 보이지 않는 미묘한 흐름이랄까."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사람이란 게 참 단순한 것 같은데 복잡한 것 같아."


연희는 살면서 단순하게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었다. 지수와 수경의 대화를 들으면서 그녀는 자신의 기억이 정말로 사실일까라는 생각을 했었던 때를 기억해냈다. 같은 경험을 하고 같은 것을 보았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마다의 기억은 자신의 방식으로 머릿속에 기록을 남긴다. 사실이라고 생각한 것조차 사실처럼 생각하지 않으면 그것에 대해 편파적으로 기억한다.


"너희들은 경험한 것에 대한 기억이 모두 사실이라고 생각해?" 혼자만의 생각에서 빠져나온 연희는 물었다.

"내가 경험하고 본 것은 사실이지 않을까?" 수경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연희의 말은 그런 거 같아.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으로 인해 확증편향이나 인지부조화로 인해 기억이 왜곡되고 왜곡된 기억은 삶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질문 아닐까." 연희는 지수를 잠시 바라보았다.

"왜? 뭐 그런 의도가 있는 게 아니었어?"

"그렇게까지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기억이 조각조각나서 합쳐보면 내가 경험한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것처럼 될 때처럼 느낄 때가 있었거든. 그 생각이 갑자기 나서 말한 건데. 지수의 말을 들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그렇게 까지 생각하면 머리가 너무 아프지 않니? 기억 이야기 한 번 했다가 무슨 토론을 하는 것도 아니고 대화가 복잡해지고 있어." 수경은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래 우리 대화 주제를 바꾸자. 수경이는 박사학위 논문 주제는 생각해본 적이 있어?"

"1년 차인데 벌써부터 박사학위 논문 주제를 생각하겠어."

"나야 경찰이니까 상관이 없겠지만 수경이는 앞으로 학생수가 줄어서 대학도 주는 게 일자리에 영향 미치겠다." 지수는 앞좌석의 수경이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나도 고민이야. 선배들도 갈 수 있는 곳이 많지가 않아서 다들 말이 많아. 연희는 지금도 그림 그리고 있어?"

연희는 약간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지금도 그림을 그리고 있지. 그렇다고 해서 아직 유명해진 것은 아니라서 넉넉한 것은 아니고 부모님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도 있어."

"그래도 부모가 여유가 있으시니까 그림이라도 그릴 수 있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자체가 얼마나 행복해. 나도 어떻게 하다 보니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거지 취업할만한 괜찮은 곳이 있었다면 취업했을 거야."

"나도 때론 모르겠어. 내 행동이 합당했는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을 때가 있거든. 그래서 자신에게 솔직한 쪽을 선택하려고 살려고 노력은 하고 있어. 내 직업이 그런 성향을 가져야 하는 것도 있기도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상 그렇게 되더라고."


지수는 직업상 적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주로 다른 사람의 상황을 통해 경험하게 되지만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 사는 거 어떻게든 돌아간다라는 생각도 들고 범죄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었다. 자신에게 이득이 되면 분명한 범죄라도 희석되고 이득이 되지 않으면 아주 작은 티끌도 크게 보는 것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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