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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24. 2016

인간은 직업에 종사하지 않는다.

삶의 방식을 선택했을 뿐이다.

세상에는 상당히 많은 직업들이 있다. 직업을 가지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백수의 팔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부 일하기 싫어하고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잉여 인생일 뿐이지 일반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보통은 인간은 특정 직업에 종사한다고 말한다. 맞다. 그랬던 시대가 있었다. 특정 직업에 종사하면 평생을 먹고살던 시기가 잠깐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그런 개념은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아직도 과거의 방식을 유지하는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공무원은 세상의 변화에 가장 늦게 반응하는 직업이다. 그런 공무원 조직도 바뀌기 시작했다. 우선 시작은 성과급제이다. 일선의 공무원들은 성과급제를 반대하겠지만 성과급제는 피할 수 없는 시대 흐름 중 하나이다.


최근 만난 공무원이 나에게 이런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대체 성과급제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이다. 어떻게 정량평가가 가능하냐고 하면서 공무원에는 맞지 않는 것으로 길들이기라는 것이다. 글쎄 언론이나 여론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다소 냉정해 보일 수도 있고 그 평가라는 자체에 사람의 의견이 첨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 여지는 있다. 그러나 거대한 공무원 조직을 활기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백신 처방도 필요하다.


그러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왜 공무원이 되었겠냐고 말이다. 무슨 소리지? 평생 잘리지 않은 직업에 종사하기 위해 선택했다는 말인가? 민간기업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덜 받으면서 꾸준하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원했다는 의미처럼 들린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과 상관없이 사회가 요구하는 혹은 주변에서 좋다고 평가받을만한 직업에 종사하려고 한다. 직업은 삶의 방식 중 하나이며 일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공무원, 금융인, 경찰, 군인, 서비스직, 바텐더, 공예가, 작가, 미술 가등의 삶의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삶의 방식을 어떤 것을 할지 결정도 안 해놓고 직업을 선택한다. 그러다 보니 직업의 만족도가 떨어진다. 특히 서비스직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은 삶의 방식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우선 돈을 벌기 위해 일하다 보니 받는 돈 = 자신의 가치로 연결이 된다. 몸이 고되고 급료도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삶의 방식으로서 직업을 선택한 사람과 그냥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과는 자존감에 큰 차이가 있다.


일을 대할 때나 손님을 대할 때 있어서 늘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대해야 한다. 한국의 자영업자가 실패를 많이 하는 이유 중에 하나 역시 그것이다. 그들은 손님에게 어떤 가치를 줄까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템을 선택하고 어떤 자리에서 하면 얼마나 벌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고 시작한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아이템은 진입장벽이 낮다. 진입장벽이 낮은 자영업은 쉽게 포화상태에 이른다. 이때 돈 버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일뿐이다. 당신에게 올 정도의 대박 아이쳄이라면 이미 모두 알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바텐더는 그 이미지가 좋지는 않은 편이다. 우선은 그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지워지지 않는다. 원래 바텐더 수업은 위스키 보틀을 닦는 것부터 시작한다. 술의 재고량을 파악하고 먼지를 닦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지만 위스키 한 병, 한 병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이해함으로써 술에 대한 애정이 생기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했다. 돈을 벌기 위해 직업을 선택하고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그럴듯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일을 한다면 직업에 종사하는 것이 삶의 방식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자기 앞에 생을 만들기 위해서는 삶의 방식을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 더딜 수는 있지만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든 변화를 겪던지 간에 당신은 흔들리지 않게 된다. 아주 잠시라도 삶의 방식으로 일을 선택하고 프로의식을 가지는 사람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아우라가 풍겨나온다. 나이는 그냥 먹지만 가치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생각의 밀도는 조금더 깊어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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