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삶의 마침표, 쉼표

갇힌 공간

얼마나 잠들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 속에 그녀는 몸을 겨우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나무상자의 틈으로 조금씩 들어오는 빛을 제외하고 거의 암흑에 가까운 작은 공간에 갇혀 있었다. 두 손과 두 발은 묶여서 서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공간에 여유가 없어서 겨우 뒤의 벽에 손을 댈 수 있었다. 재질은 나무와 같이 느껴졌다. 기억을 더듬어서 올라가 보았다. 학교에서 하교하는 길에 주변에 사람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기억을 잃었다.


그녀는 정신을 집중해보았다. 나무로 된 상자의 크기는 위아래로 1미터쯤 되어 보였다. 가까스로 몸을 돌려가면서 틈새나 입구를 찾아보았다. 생각보다 단단하게 결속이 되어 있었다. 주변에는 자동차 소리 나 물소리 같은 것이 들리지 않았는데 가끔씩 곤충소리가 들려오기만 했다. 자신의 힘으로 이곳을 탈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오빠가 생각났다. 어떤 순간에도 길을 비추는 은은한 빛에 대한 이야기가 연상되었다. 목이 타는 듯한 갈증이 느껴짐과 동시에 허기짐이 동시에 몰려왔다. 조용하게 소리를 내보았다.


"저기요. 아무도 없나요?"

"그냥 풀어주시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요."

"대답 좀 해주세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가둔 사람이 이곳에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조금 더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밖에 아무도 없나요? 구해주세요. 여기 사람 있어요."

"사람 살려주세요."


계속해서 외쳤으나 누구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ㆍ-ㆍㆍㆍㆍㆍㆍㆍ- - - - - ㆍ-ㆍ- - ㆍ..."

어렴풋이 기억하는 유일한 모스부호를 묶인 두 손으로 상자를 두들겼다. 의미는 '구해줘요'라는 의미였다. 사람들이 알아들을 리 없겠지만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그녀가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순간 기석과 남자는 경찰서로 향하고 있었다. 기석은 만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오로지 그녀를 구하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었다. 딱히 뾰족한 수는 없었지만 이 사람과 있으면 무언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은 들었다. 남자는 폰으로 지도 앱을 실행한 다음 계속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그러다 기석에게 물었다.


"여동생이 학교에서 하교하는 시간이 몇 시라고 했지?"

"보통 4시 전후면 집에 왔었어요. 인문계가 아니라서 하교시간이 빠른 편이었거든요."

"4시면 12시간이 넘게 지났네. 그렇지만 문경이나 예천, 상주, 괴산을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 않아. 우선 고속도로 CCTV를 보니까 하이패스를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문경과 북상주 IC를 이용했다는 기록은 남아 있으니까. 그리고 차 안에는 그 남자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여자의 물건들도 있었어."

"그걸로 어떻게 위치를 알 수 있나요?"

"쉽지는 않겠지만 우선 그 사람의 신상이나 부모 혹은 형제가 소유한 부동산이 이 부근에 있나 찾아봐야지. 아 그리고 흙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 있어?"

"흙이요? 문경에 오래 살아서 도자기를 굽는 분들은 몇 분 알아요. 그리고 지영이가 최근에 사귄 친구의 아빠가 이곳에서 도자기를 오래 만든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럼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그 사람의 신발에 묻은 흙이 일반적인 진흙과는 조금 달라 보였어. 이곳을 잘 알면서 흙에 대해 안다면 지역을 좁힐 수도 있을 것 같아."


기석은 남자의 말을 듣자 도자기를 구었던 분들의 말이 기억이 났다. 흙은 아무것이나 사용할 수 없어서 자신만의 흙을 채취하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한편 지영이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걱정되기도 하고 살아 있는가에 대한 심각한 생각까지 들었다. 살아 있다고 하더라도 범인이 한 명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도 동시에 들었다.


"혹시 공범이 있으면 어떻게 해요?"

"돈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성과 관련된 범죄자라면 공범이 있을 가능성은 많지가 않아. 보통은 혼자서 단독 범행하는 경우가 많거든. 아무튼 범죄전과를 확인하면 알 수가 있겠지."

"그냥 답답하기만 하네요."

"여동생이 폐소 공포증 같은 것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 그런 것이 있다면 사물과 상황에 대한 판단이 매우 흐려져서 버티기가 쉽지 않을 거야."

"그건 잘 모르겠어요. 물어보지도 않았고요."


그녀가 묻힌 곳은 폐가와 같은 곳의 뒤편이었다. 지하의 창고와 같은 곳에 나무로 된 상자에 그녀가 갇혀 있었고 그 위로 흙이 얇게 흩뿌려져서 창고를 가린 상태였다. 그녀가 본 빛은 흙 사이로 들어오는 약간의 햇빛이었다. 비록 폐가라고 했지만 사람이 살았을 때는 나름 잘 지어진 주택공간이라고 상상해볼 수 있는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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