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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19. 2021

가을의 만찬

벼가 익어가는 칠지도의 마을 서산 도성리

풍족하다는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이제 풍요롭다는 것은 눈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 집에 자산을 쌓아놓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한 달에 한 번 혹은 1년에 몇 번 들어오는 풍요로운 날의 노동대가는 숫자로 표시되고 숫자로 다시 나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오래전부터 시작되던 세시풍속인 중추절이 더 낭만이 있었다. 한 해 가을 만찬의 느낌은 한적한 곳을 가면 느껴볼 수 있다. 

가을의 풍요가 있는 백제의 상징 칠지도를 제작한다는 문화마을인 서산의 도성리를 찾았다. 이곳에는 김홍익 묘소 및 신도비가 있으며 백제 칠지도 제작 야철지가 남아 있다고 한다. 세계 최초의 금강상문이라고 한다. 

북반구에서는 9월 22일이나 23일 경인 추분에 가장 근접해서 뜨는 보름달을 중추 만월이라 했는데 이후에 미국의 토착 원주민들은 이미 추수감사절의 축제를 하고 있었다. 인디언과 동양인들은 공통점들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콜럼버스에 의해 발견된 미대륙에 도착한 유럽인들에 의해 1621년 매사추세츠의 플리머스에서 처음 실시된 것이 오늘날 추수감사절이라고 부르고 있다. 

길에는 이름을 잘 알 수 없는 꽃도 피어 있고 아직 수확하지 않은 수많은 벼들이 눈에 뜨인다. 주변을 돌아봐도 마을의 밀집도는 높지가 않다. 

백제의 역사에서 칠지도는 일본왕에게 보내진 대표적인 검이다. 그 칠지도가 바로 이곳에서 만들어진 적이 있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다. 칼의 몸 좌우로 각각 가지칼이 3개씩 뻗어 모두 7개의 칼날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칠지도'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길이는 74.9㎝이고 단철로 만든 양날 칼이다. 

최근의 명문해석에 의하면, 그 제작연대는 369년(근초고왕 24)으로 밝혀지고 있는데, 그 내용은 "태화(泰和) 4년 5월 16일 병오(丙午) 정양(正陽)에 100번 단련한 강철로 칠지도를 만들었는데, 모든 병해를 물리칠 수 있으며 편안히 후왕에게 나누어 마땅하다."고 나와있다. 생각하기에는 농사가 으뜸인 그사회에서 개인적인 건강도 있겠지만 가을의 만찬을 위한 생산력 증대였지 않을까. 

누구나 풍요를 생각하고 원한다. 풍요는 개인, 마을, 조직, 국가가 할 수 있는 것을 많게 만들어준다. 

조금 더 도성리의 안쪽에 들어오니 수확을 위한 벼가 논에 누워 있었다. 이제 이 시기기가 조금 지나면 볏짚이 단단하게 묶인 하얀색의 원통을 보게 된다. 

물론 감도 잘 익어가고 있다. 가끔씩 감을 따는 분들도 볼 수 있다. 단감도 지역에 따라 알이 작은 것도 있고 큰 것도 있는데 큰 것은 창원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칠지도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풍요로웠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인디언들도 한 해의 수확을 즐겼다는 추수감사절 등은 오로지 개인적인 능력으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과 시간이 만들어낸 가을의 만찬에 감사를 표시하는 마음과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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