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이 피어나는 시간
경칩이 지나갔건만 아직도 봄이 완전히 온 것 같지는 않다. 매화는 눈발이 흩날리는 이른 봄부터 꽃을 피우며 봄의 기운이 피어나는 것을 알려준다. 매화를 보고 있으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벚꽃과 달리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홀로 아름다운 품격이 있다. 매실은 피로 해복도 좋고 피부미용이나 항암 작용도 있다고 알려져 있는 과실인데 그걸 만드는 것은 바로 매화라는 꽃이다.
우연하게 찾은 하동에서 매화가 핀 것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이렇게 꽃이 피는 것이 좋은 시기다. 따뜻한 고장 하동은 꽃이 이른 시기에 피기 시작한다. 다른 꽃이 필동말동 할 때 매실나무의 등걸에는 매화가 피어 봄철이 돌아온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직 피기 전인 매화는 마치 팝콘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무에 가득가득 걸려 있는 팝콘의 고소하고 달달함을 느껴보는 것처럼 매화의 향기가 풍겨 나는 것만 같다. 매화는 삼국사기에도 등장하는데 이른 시기에 들어온 매화는 문화이며 예술의 대상으로 사용되기도 했었다.
이 땅에 매화가 올 때 어찌 매화만 왔을까. 사람과의 이야기도 같이 묻어서 들어왔는데 그렇게 인연이 이어진 것이다. 하동의 섬진강가에는 하동문화예술회관이 있다. 봄이 만개할 때 이곳에도 예술의 꽃이 피기 시작한다.
하동문화예술회관 앞에는 그린 빗물 인프라라는 시설과 공간을 만들어두었다. 도시지역에 녹색공간, 생태공간 등의 확대를 통해 빗물을 흘러 보내지 않고 토양에 침투시켜 침수 및 온도 상승, 지하수 고갈 등의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있다.
넉넉하면서 봄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고장이 하동이다. 매화와 어울리는 지역이기도 하다. 매화는 고려시대부터 선비들의 작품 속에 녹아들어 가서 표현되었다. 예술회관 등에서 열리는 작품전에서도 매화를 표현한 작품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매화 시첩이라는 시집을 썼던 퇴계 이황은 매화는 흔히 매형(梅兄) 아니면 매군(梅君), 때로는 매선(梅仙)이 되기도 했었다. 그만큼 단순히 꽃이 아닌 친구이자 사랑하는 사람 혹은 신선으로 표현되기도 했던 것이다.
하동 문화예술회관에서는 봄이 본격적으로 찾아오게 되면 전시전이나 작품전을 열게 된다.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천 원짜리 지폐를 꺼내면 매화를 볼 수 있다. 천 원이라고 쓰여 있는 뒤에 도산서원에 자리한 매화나무를 볼 수 있다. 색깔은 푸르른 느낌의 매화다.
하동문화예술회관과 피어난 매화를 보고 섬진강을 보니 넉넉한 품이 느껴진다. 방년 18세의 관기였던 두항은 중년에 멋을 즐길 줄 아는 퇴계에 반하여 그의 곁에 머물렀다고 한다. 자연의 꽃이 지고 피면서 예술이라는 인간의 꽃을 만들어냈다. 재첩과 은어가 서식하는 맑은 섬진강이 내려다 보이는 풍광이 매우 뛰어난 곳에 위치한 문화예술회관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자리값을 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