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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첩 된장국

왕의 차 1,200년이 머문 하동의 일상

섬진강과 하동을 생각하면 연상되는 먹거리는 참게, 재첩 그리고 단언컨대 차다. 참게는 진득한 맛이 있고 재첩은 깔끔한 맛이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이 된다면 모두 먹으면 된다. 그리고 하동에서 유명하다는 차를 마시고 풍경을 곁들이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처럼 매일매일을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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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의 섬진강의 참게나 육지에서 먹는 참게로 만든 매운탕에는 좀 차이가 있다. 하동은 경상도 지역으로 가루(粉)를 사투리로 가리라고 하는데 가루는 말 그대로 밀가루다. 가리를 넣고 끓인 것을 가리장이라고 한다. 걸쭉한 형태의 국으로 만들어지는 가리장은 참게를 넣고 끓이면 참게 가리장이 된다. 이렇게 맑은 풍경을 보여주는 하동에서는 참게가 많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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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서는 섬진강 맑은 물에 서식하는 참게를 통째 갈아서 만드는 참게 가리장은 복날에 보양식으로 널리 유명하다. 적은 양의 참게를 넣고 여러 사람이 먹기 위해 자연스럽게 밀가루를 풀어서 참게 가리장을 만들어 먹었던 것이다. 매운탕 방식의 얼큰한 참게탕에 비해 국물이 들큼하면서도 걸쭉하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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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게 가리장으로 유명한 화개장터의 한 음식점을 찾아서 들어가 보았다. 열심히 설명한 참게 가리장은 2인 이상 주문이 가능해서 재첩 된장국을 주문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재첩이 들어간 된장국은 많지가 않다. 다슬기가 들어간 된장국은 많이 먹었지만 재첩 된장국은 하동의 토속음식으로 먹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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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국에 재첩이 들어간 것과 다슬기가 들어간 것은 맛이 조금 다르다. 다슬기는 쌉싸름한 맛이 있는 반면에 재첩이 들어가면 민물의 맛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좀 더 시원한 맛이라고 할까. 시원한 맛이 솔솔 잘 넘어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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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드는 그런 재첩 된장국이다. 국물을 어렸을 때 특유의 시원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인 재첩은 단백질이 풍부하여 영양가가 높은 음식이지만, 비타민 함량은 낮아 그것을 보충해주는 음식과 함께 먹어서 좋기에 부추와 함께 먹는 경우가 많다. 재첩국에 부추가 들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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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장터의 다리가 지나가는 밑에서는 물놀이를 할 수 있는지 물놀이 관리요원이 대기하고 있었다. 다리 밑에서 시원하게 놀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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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로 화창하게 열린 하늘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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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재첩잡이는 국가 중요 농업유산으로 등재된 전통 어로 방식으로 최근 35년간 굳게 닫혔던 낙동강 하굿둑 수문이 상시로 개방되자 낙동강 기수역(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서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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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고 있다. 지금 2023 하동세계차엑스포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데 이 글을 쓰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왕의 차 1,200년의 하동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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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기억이 오늘의 당신에게 말을 걸어주듯이 풍경이 오늘의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있다. 내 속에 에너지로 존재하면서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것, 바로 그것을 나 역시 살아보려고 한다. 그것이 왜 어려운지 혹은 그렇게 쉬웠는지 시간이 지나 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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