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만끽

거창 수승대, 거창항노화힐링랜드를 탐할만한 이유

가난한 것과 무언가를 넘칠 정도로 가지고 싶다는 것은 정반대의 의미처럼 느껴진다. 빈(貧)은 가난하다는 의미로 주로 사용이 되고 탐(貪)은 주로 욕심이 많다는 의미로 사용이 된다. 사욕을 버리고 재물(貝패)을 가난한 이들과 나누는(分분) 삶을 청빈(淸貧)이라 하며 지금(今금)이나 재물(貝패)만 좇는 탐욕스러운 글자인 貪(탐할 탐)의 삶을 탐욕(慾貪)스럽다고 한다. 모든 것은 마음 기울기에 달려 있다. 큰 차이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없는 것이 풍요로운 것이 되고 탐해도 전혀 과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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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것들을 단지 눈으로 보는 것은 얼마든지 허용이 된다. 그게 가을이 가진 풍요로움이다. 먹고 마시는 것이 몸에 충분할 정도라면 거창의 수승대는 너무 만족감을 주는 곳이다. 거창에 있는 수승대는 영남 최고의 동천(경치 좋은 곳)으로 이름나 있는 곳이다. 이곳에 오니 왜 선비나 시인묵객들이 이곳을 찾아왔는지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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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걸어가기 위해서는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청빈해야 하며 아름다운 것을 보기 위해서는 욕심을 가져 탐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벼슬보다는 학문에 뜻을 둔 학자로 향리에 은거하며 소요 자족했던 요수 신권(愼權, 1501~1573)이 제자들에게 강학을 하던 요수정(樂水亭)을 지나면 거창 수승대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는 거북바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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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권이라는 사람은 요수라는 호를 사용하고 있다. 요수는 논어에서 나온 말로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知者樂水 仁者樂山)라는 의미다. 물과 산을 모두 좋아해도 좋다. 지혜롭고 어질기까지 한다면 얼마나 욕심이 많은가. 그런 욕심은 많아도 좋다. 이 요수정은 1542년 구연재와 남쪽의 척수대 사이에 처음 건립되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고 중건한 뒤 다시 수해를 입어 1805년 현 위치로 이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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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수정을 지나서 내려오면 거북바위가 나온다. 이 바위에서 사진을 한 장이라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거북바위의 주변에 있는 바위의 폭 파인 구멍에는 물이 담겨 있었다. 물이 흐르다 구덩이를 만나면 이를 다 채운 다음에야 비로소 앞으로 흘러간다(流水之爲物也 不盈科不行)는 군자의 학문을 의미한다. 웅덩이를 채우는 물과 같아서 한 웅덩이를 가득 채운 후 비로소 그다음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학문의 방법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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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이 끝없이 흘러내려오고 있는 수승대의 모습이 절경이다. 괴산의 화양구곡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수승대다. 역시 많은 것을 볼수록 더 많이 느끼고 싶어 진다.


수송을 수승이라 새롭게 이름하노니 (搜勝名新換)

봄을 만난 경치 더욱 아름답구나 (逢春景益佳)

먼 산의 꽃들은 방긋거리고 (遠林花欲動)

응달진 골짜기에 잔설이 보이누나 (陰壑雪猶埋)

나의 눈 수승대로 자꾸만 쏠려 (未寓搜尋眼)

수승을 그리는 마음 더욱 간절하다 (惟增想像懷)

언젠가 한 동이 술을 가지고 (他年一樽酒)

수승의 절경을 만끽하리라 (巨筆寫雲崖)


퇴계 이황의 시인데 봄을 만난 경치를 말했지만 가을이 더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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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승대 앞 너럭바위에는 연반석(硯磐石)과 세필짐(洗筆㴨)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연반석이란 거북이가 입을 벌린 모양의 장주암(藏酒岩)에 앉은 스승 앞에서 제자들이 벼루를 갈던 바위란 뜻이고, 세필짐은 수업을 마친 제자들이 졸졸 흐르는 물에 붓을 씻던 자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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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주가 이렇게 어울리는 곳이 있을까. 장주갑(藏酒岬)에는 막걸리 한 말이 들어가는데 일정한 때에 시험을 보아 합격한 제자들만이 장주갑에 부어놓은 막걸리를 마실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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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승대에서는 거리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거제의 항노화 힐링랜드는 Y자형 출렁다리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방문을 이끌고 있다. 거창 항노화 힐링랜드는 해발 1046m 우두산 자락, 천혜의 산림환경을 활용해 힐링과 치유를 주제로 조성된 곳으로 항노화는 말 그대로 노화가 되는 것을 억제하고 방지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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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까지 올라가려면 산행을 해야 한다. 울긋불긋한 산의 모습이 우두산의 매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두산 해발 620m 자락에 세 개의 봉우리를 알파벳 Y자 모양으로 이은 산악 보도교로 국내에 수많은 출렁다리가 있지만 이렇게 세 방향에서 만나는 곳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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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출렁다리를 건너가 보았지만 세 방향에서 건너는 출렁다리는 처음 건너가 본다. 생각보다 많이 흔들리기도 하지만 깎아지르는듯한 계곡의 위에 있어서 아래를 바라보면 살짝 짜릿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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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에 오픈하여 올해 2주년을 맞이한 이곳은 경남 거창 여행의 랜드마크로 꼽힐 만큼 인기를 얻고 있는 거창 항노화 힐링랜드에는 무료로 진행되는 숲 해설과 체험료가 1만 원인 유료 산림 치유 프로그램도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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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풍광이 열리는 곳이다. 한국에는 수많은 명소가 있지만 역시 아직도 볼만한 곳이 많이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보통은 한 방향으로 올라가서 한 방향으로 내려오지만 가끔씩은 반대방향으로 올라오는 분들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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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는 곳에 사용되면 좋게 받아들여질 수 있고 의미가 없는 것에 쓰는 것이 인색하다면 그것도 좋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가을이 중반을 지나가고 있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이 지나가고 있으니 이제 가을을 탐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당신은 어떤 것에 청빈(淸貧)할 것이며 어떤 것을 탐욕(慾貪)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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