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Jan 07. 2023

강원감영(江原監營)

원주의 중심에 자리한 옛 흔적의 걸음

사람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무언가의 의미가 있어야 한다. 물론 먹고살기 위해서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것을 넘어서는 자신만의 이유가 필요하다. 문화생활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것들을 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공의 자리에서 일하며 사람들에게 공공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바로 공무원이다. 지금은 많이 세분화되어 있지만 예전에는 모든 업무가 하나로 집중되기도 했었다. 그런 공간이 지역마다 자리한 감영과 같은 곳이다. 

정말 오래간만에 강원도의 중심도시였던 원주시의 강원감영을 찾아가 보았다. 동해보다 더 추운 날씨의 원주는 도시의 색이 많이 겨울과 닮아 있었다.  

강원감영은 조선시대 강원도의 26개 부, 목, 군, 현을 관할하던 강원도 관찰사의 소재지로  1395년(태조 4년)에 처음 감영이 설치되었으며, 1895년(고종 32년)에 8도제 종식되고 새로 23부제가 실시될 때까지 약 500년 동안 존속하였다. 

눈이 녹지 않아서 겨울이라는 것을 제대로 체감하게 해주는 공간이다. 강원감영에는 선화당(宣化堂) 종 2품 관찰사 업무 공간을 비롯하여 청음당(淸陰堂 관찰사를 보좌하는 종 5품 도사(都事)의 업무 공간), 대은당(戴恩堂 관찰사 가족의 생활공간인 내아(內衙)의 중심 건물), 관풍각(觀風閣 감영 후원의 연못에 있던 누각), 봉래각(蓬萊閣 감영 후원의 연못에 있던 누각), 영리청(營吏廳 감영에서 일하는 아전의 업무 공간), 포정문(布政門 감영 정문)이 남아 있다. 

강원감영지(址)에는 선화당, 포정루, 청운당 등 당시의 건물이 원래의 위치에 잘 남아 있고, 중삼문, 내삼문, 공방고터, 책방고, 보도, 담장, 행각 등이 있던 흔적과 같은 관련 유구가 있다. 

사람은 일을 하고 살아간다. 보통은 어느 지역을 기반으로 일을 하고 살아가는데 원주의 강원감영의 관동포정아문(關東布政衙門)에서 관동은 강원도를 의미한다. 

관직에 있던 사람들은 이곳에 오가며 객사에 머물기도 했는데 원주객사는 학성관(鶴城館)이라고 불렀는데 울산에 자리한 객사도 같은 한자를 사용한다. 

2002년 3월 9일 대한민국의 사적 제439호 원주강원감영지로 지정되었다가 2011년 7월 28일 원주 강원감영으로 사적 명칭이 변경된 이곳에서는 매년 10월에 강원감영제를 개최하고 있는데, 강원감영제 기간에 감영 안으로 들어가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나름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와서 그런지 이곳은 추웠다. 전국에 자리한 감영은 작은 조선궁궐과 닮아 있었다. 궁궐에는 일하는 공간을 비롯하여 머무는 곳 쉬는 곳과 더불어 사람들과 어울리는 공간들이 만들어져 있다.  

원주고을에는 4대 문이 있다. 동, 서, 남, 북 4개의 문이 있으며 인조 임금의 아내인 인열왕후가 태어난 것을 기념하는 어서비각(御書碑閣)이 있다. 인열왕후는 슬하에 4형제를 두었는데 효종·소현세자(昭顯世子)·인평대군(麟坪大君)·용성대군(龍城大君)이 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 할 수는 없지만 생각과 상상으로는 갈 수가 있다.  지난 1995년부터 강원감영지를 도심 속 역사문화사적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복원정비 자료를 마련하기 위하여 발굴조사를 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렇게 추운 날 저 건물에서는 어떻게 살았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황희의 일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