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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14. 2023

나무뿌리

원주 단풍명소 1번지 반계리 은행나무를 만나다. 

나무는 우리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나무뿌리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 글은 원주시에 자리한 문막읍 반계리 은행나무에 대한 이야기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67호로 매년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감상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방문객이 몰리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일대에 광장과 150여면 규모의 주차장 조성하고 진입로를 정비하는 등 관광자원화 추진을 결정한 것이 지난해다. 

나무뿌리는 에너지를 상징한다. 거대한 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그 아래에 더 큰 뿌리가 듬직하게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위에 있는 것만 보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아래에 있다. 

보이지 않는 아래에 있는 것 때문인지 몰라도 전국에 있는 고목을 찾아다니는 것을 즐겨하고 있다. 고목을 찾아다니는 여행도 나름 즐거운 재미가 있다. 거대한 나무를 보고 있으면 어딘가 마음이 편해진다.  

주차장은 넓지는 않은 편이다. 그렇지만 이곳 주변은 탁 트여 있는 것이 좋다. 

천연기념물 제167호로 지정이 되어 있는 문막읍 반계리 은행나무의 높이 33m, 가슴높이둘레 13.1m이며, 가지의 퍼진 길이는 동서가 25m, 남북이 28.8m나 된다. 나무의 나이는 1,0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나무속에 흰 뱀이 살고 있어 지금까지 나무를 다치지 않고 자랄 수 있었다는 전설이 깃든 신목(神木)으로 보고 있다. 

편의시설이 확충되면 이곳은 원주의 다른 명소가 될 수도 있다. 가을뿐만이 아니라 사시사철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되면 좋지 않겠는가.  

아쉽게도 노랗게 노랗게 물들어 있을 때 찾아와 보지 못했지만 올해에 기회가 있지 않겠는가. 매년 그렇게 노랗게 물들어갔으니 올해도 잊지 않고 물들 테니 말이다. 가을빛 담은 황금 단비를 내릴 그때를 기다려보면 좋을 듯하다. 

현재 전국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는 서울 문묘 은행나무,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등 모두 25그루 정도다. 세계 최고령의 은행나무는 중국 구이양(貴陽) 서쪽에 있는 수나무로 4000~4500살쯤 된다고 하는데 은행나무는 2억 7000만 년 전, 늦춰 잡아도 공룡시대인 쥐라기 이전부터 지구에 터를 잡아온 흔적이다. 

눈이 내린 날 시리게 물들어가는 노을빛을 뒤로하고 흰 눈이 소복하지는 않지만 이 시기가 겨울이라는 것을 알려주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나무 주변을 한 바퀴 돌면 사방으로 뻗어나간 가지가 만들어낸 넉넉한 풍채와 변화무쌍한 위용을 볼 수 있는데  가을 아침 햇살이 비치자 투명한 황금빛으로 반짝이며, 바람이 불 때마다 춤을 추는 것을 볼 수 있다. 

은행나무의 열매 은행은 은빛 살구라는 의미로 손자 대에 이르러서야 종자를 얻을 수 있는 나무이기에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빨리 얻으려고 하지만 씨앗을 뿌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다 보면 반드시 돌아오게 된다. 

은행나무 꽃말은 장엄, 장수, 정숙이다. 반계리의 은행나무를 보고 나서 주변을 돌아다녀본다. 문막읍이라는 곳은 참 넓은 곳이다. 

빈센트 반 고흐가 나무뿌리에서 생명을 느꼈던 것은 홀로 서 있는 은행나무와 같은 고목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니 은행도 가을에는 황금색으로 변한다. 황금색을 사랑했으며 지독히도 고독과도 싸웠던 누군가의 흔적처럼 반계리 은행나무도 언제나 저곳에서 필자를 기다려줄 것이다. 노란색일 때에도 무채색일 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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