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Feb 05. 2023

겨울먹거리

금산의 대표적인 먹거리 도리뱅뱅이, 빠가어죽 

정월대보름이 바로 오늘이다. 농사의 시작일을 의미하며 음력으로는 1월 15일이다. 정월대보름에 해야 할 것은 먹고, 깨물고 팔고 마시는 것이다. 퀴즈 같기도 하지만 그만큼 여러 가지를 기원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찾아오지 않게 하는 것이다. 주로 먹는 오곡밥의 구성을 보면 내용물이 시대나 기호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지만 보통 팥, 수수, 차조, 찹쌀, 검은콩을 기본으로 짓게 된다. 오곡은 전통의학과 관련된 5개 장부(臟腑: 간, 심장, 비장, 폐, 신장)가 모두 조화롭게 영양을 공급받을 수 있는 균형을 갖춘 것이다. 

특정한 날만 그렇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매일매일이 주어진 축복이라고 생각하면 할 것도 많고 즐길 것도 많아진다. 날이 좋은 때에 가까운 곳이라도 훌쩍 떠나면 그것만으로도 족할 수 있다. 금산의 산하가 마치 헐벗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제 몇 개월만 지나면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금산 월영산 출렁다리는 부엉이산과 연결이 되어 있는데 그 아래로는 절벽의 주상절리를 보는 것처럼 투명하게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월영산이라는 산의 이름은 달을 맞이한다는 뜻을 가졌으니 정월대보름과도 궁합이 잘 맞는 산이기도 하다. 산 위로 달이 떠오르면 풍년을 빌었다고 하는데 달그림자가 금강에 비치면 풍년이 든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아래에 지질을 바라보면 좁은 협곡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 사이로 흐르는 물은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겨울철에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좋을까. 금산 하면 인삼이 아닌가. 금산의 겨울철 보양별미는 인삼과 민물고기가 대표적이다. 어죽이란 민물고기를 오랫동안 푹 고아낸 국물에 쌀을 넣어 죽을 만들거나 국수를 말아먹는 음식이다. 

전북에서 시작된 물길이 흘러오면서 금산도 거쳐간다. 금산은 거쳐간 강물은 언젠가는 서천의 금강하구둑을 거쳐서 바다로 나갈 것이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제법 운율이 있다. 이곳을 흐르는 물을 보고 있으니 도리뱅뱅이가 저절로 연상이 된다. 이곳뿐만이 아니라 옥천, 영동, 무주등에서도 접하기 쉬운 음식으로 이곳에서 모두 멀지가 않다. 도리뱅뱅이는 작은 민물고기를 기름에 튀긴 뒤 고추장 양념으로 조리하는데 비린내 없이 고소하고 바삭바삭 씹히는 맛이 좋다. 

보통 이 부근으로 식사를 하면 도리뱅뱅이를 먼저 주문하고 인삼이 들어간 막걸리를 한잔 마신 후에 어죽을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뭐 어떻게 먹어도 맛만 있으면 된다. 

첫 잔에 인삼향이 물씬 풍겨 나오는 막걸리다. 계속 마시다 보면 이 맛이 무엇인지는 모르게 되겠지만 그렇게 취해가며 정월대보름을 생각해 본다. 금산에는 농사와 관련해서 물페기농요(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16호), 농바우 끄시기(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32호), 금산농악(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52호) 등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제 곧 환절기가 시작이 된다. 춥기도 하지만 가끔씩 생각 외로 따뜻한 날도 오가다 보면 몸이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때 잘 먹어야 한다. 어죽의 재료는 음식점마다 다르다. 어떤 곳은 붕어를 사용하고 빠가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육수를 무엇으로 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어죽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송이 볶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