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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View

세월이 빚고 계절이 만들어낸 동해 고불개해변

공간은 어떤 관점으로 보며 좋을까. 도시에서 바라보는 View와 자연 속에서 바라보는 View에는 분명히 차이점이 있다. 계절이 바뀌어가고 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는 여행하기에도 좋고 시간을 보내기에도 더없이 좋은 때다.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도 좋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 경치다. 건축은 자연에서 그 모습을 찾아서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은 가장 자연적인 곳에서 머물고 싶어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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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에 가면 행복한 섬길이라고 있다. 한섬해변을 지나 뱃머리전망대까지 올라서 동해의 비경을 보고 아래로 내려오면 갑자기 나오는 절경이 있는 곳이다. 동해시청에서도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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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에 갔다면 이곳은 꼭 한 번은 찾아가 보기를 권해본다. 한섬 일원을 동해안 최고의 도심 관광명소로 조성하고자 고불개해변에 우물 복원, 한섬해변 등에 테마별 포토존 설치, 시설물 내구성 보존과 미관 개선을 위한 리드미컬 게이트, 뱃머리 전망대 등을 갖추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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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비교하자면 제주도의 올레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동해하면 동해시가 있는데 보통은 강릉과 속초를 먼저 생각한다. 동해는 그 사이에 있어서 그런지 동해의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서 그런지 몰라도 동해시의 해변은 모두 특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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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예전의 방치된 우물에서 옛 우물터를 복원해 두었다고 한다. 물은 용궁에 드나드는 출입구로도 인식되기도 했는데 맨땅을 깊거나 얕게 파서 물이 괴게 하는 토정(土井)과 바위틈 사이로 솟거나 흐르는 물을 괴게 하는 석정(石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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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불개해변이 좋은지 머리는 드래곤볼의 초사이언을 닮은 어린 왕자가 먼저 와서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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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걸어서 가 본 곳은 동굴처럼 보이는 곳이 있는 구간이다. 여름이었다면 신발을 벗고 바닷물을 걸어서 옆쪽으로 가보았을 텐데 조심스럽게 가보려고 했다가 괜히 빠질까 봐 가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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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불개해변의 정점은 저 바위가 아닐까. 세월이 층층이 켜켜이 쌓아 올린 바위가 오랜 시간의 흔적만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 해변은 모래해변 같기도 하고 몽돌해변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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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수평선 위로 보이는 어선은 만선의 꿈을 안고 나갔다가 들어오는 소리와 바닷소리를 듣는 고불개해변에서의 일몰은 세찬 바람 부는 소리, 파도가 치는 소리가 어우러진 고즈넉한 동해의 낙조는 눈과 마음에 품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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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처음 가본 곳이어서 봄과 여름, 가을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지기는 한다. 여행하기 좋은 요즘, 시야를 가리지 않은 바다에 펼쳐지는 일몰과 일출의 장관이 보고 싶다면 동해만 한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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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지고 이곳까지 왔다면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둘러보는 것이 여운이 남지 않는다. 시야에 걸리는 것이 없어서 너무 좋다. 바다에 가면 이런저런 시설물이나 버려진 것들이 시야에 가릴 때 무언가 오점이 있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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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자연의 비현실적인 색상의 바다와 바위를 배경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광경에서 자연 안에 존재하는 인간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게 한다. 바다에 가까이 다가가 응시할수록 끊임없이 부딪쳐서 반짝이는 하얀 포말이 크고 선명해졌다가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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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로 다가가서 한 바퀴 돌고 왔는데도 어린 왕자는 기다리고 있었다. 태양 빛부터 바다의 움직임까지. 복제할 수 없을 것 같던 자연의 모사품을 만들고 싶은 것은 사람의 마음일까. 물소리가 섞인 ASMR을 듣게 하고 파도를 닮은 미디어 파사드를 도시 한복판에 보여주지만 이렇게 보는 것만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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