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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10. 2023

원주 설렁탕

원주의 매지순환 둘레길을 걸어보고 먹는 한 끼

어느 곳을 가기 위해서는 먹을 것을 먼저 생각하고 그다음에 돌아볼 수 있는 길을 생각해 본다. 도시마다 괜찮은 설렁탕집은 최소한 한 곳 이상이 있다. 벚꽃이 가장 늦게 피는 도시 중에 강원도의 원주라는 도시가 있다. 원주라는 도시는 강릉이나 동해보다도 아래쪽에 있는데도 온도가 더 낮다. 이맘때쯤 강릉이나 동해는 정말 따뜻한데 말이다. 

매지순환 둘레길은 원주에서 자연을 만나볼 수 있는 길로 A코스, B코스, C코스가 만들어져 있는데 거리는 3.7km, 6.9km, 10.6km로 1시간에서 3시간 정도가 걸린다. 매지임도는 2시간 정도가 소요가 된다. 

화장실은 구간 끝에 보면 만들어져 있는데 아래 주차장도 넉넉해서 주차를 하고 돌아볼 수 있다. 

매지순환둘레길의 여정을 살펴본다.  사람들은 단순한 풍경 여행보다는 스토리가 있는 여행을 선호한다. 원주의 산이 잘 보이는 곳에서 문화 공간을 만들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매지라는 이름은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저수지에서도 볼 수 있다. 매지 저수지에는 전망대가 있는데 두텁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둥그렇고 두꺼운 바위의 모양이 두꺼비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마을 사람들이 자손을 낳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한다. 


글을 쓰는 것은 지침과 채워짐이 반복되는 것이기도 하다. 글을 쓰기 위해 의자에 앉으면 수많은 글의 갈림길이 보인다. 복잡해지는 머릿속에서 어떤 아름다운 풍경과 기억에 집중할 것인지 혹은 글을 마치기 위해 도달해야 되는지를 생각한다. 

언젠가는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보려고 한다. 매지순환둘레길에서 나와서 다시 아래로 가본다. 

원주에도 도깨비도로가 있었다. 흥업면 매지 3리 밤나무단지 입구의 왕복 2차로 약 150m 구간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실제와는 반대로 보이는 도깨비도로가 있다. 원주의 이 도로는 일종의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곳. 내리막길로 보이는 쪽으로 돌을 굴리면 반대 방향으로 굴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공이 있다면 이곳에서 굴러보면 된다. 걷는 것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실제 물건을 보면 그 현상이 어떤지 알 수가 있다. 우연하게 찾은 원주의 도깨비도로다. 

모범음식점이기도 한 원주의 한 설렁탕집을 찾았다. 김치와 깍두기가 깔끔해서 설렁탕과 참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소의 여러 부위를 함께 넣고 푹 끓인 국으로 이 국에다가 밥을 말아서 먹으면 일반적인 설렁탕이다. 

원주의 풍경도 보고 우연하게 도깨비 도로를 찾았으니 이날은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진한 국물이 담긴 뚝배기에 오롯이 품은 맛이 설렁탕에 있다. 진한 국물을 한 수저 한 수저 마시면서 먼저 속에 담겨 있는 국수부터 건져내서 먹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옛 설렁탕의 맛도 좋고 매지순환 둘레길에서 본 풍경의 변화도 좋았다. 길을 걷는 것도 음식을 선택하는 것도 인생을 살아갈 때 마주하는 수많은 소소한 선택중 하나이듯이 오롯이 필자의 선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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