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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17. 2023

거울 속 외딴 성

공간과 위로를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자신

아이는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며 상처를 받기도 한다. 왜 아이들은 폭력에 노출되는가. 선의에 의해서 사람들에게 교육이나 서비스를 제공할지라도 사람을 특정한 공간에 가두어두면 그 속에서 계급이 만들어진다.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든, 군인, 직장인이든 같은 위치에 있더라도 묘한 상하관계가 만들어지고 갈등에서 심각하면 폭력이 자행되기도 한다. 


잊고 있었지만 거울 속 외딴 성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기억이 났다. 행복이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던 그때에 혼자가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의자를 두고 위에 얇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옅은 전등을 켜놓고 마치 자신의 세상처럼 홀로 상상했었다. 영화 속에서처럼 신비로운 성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공간에서는 안전하다고 느껴졌다. 학교라는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친구를 만들기 전에 전학을 가면서 학교에서는 항상 이방인처럼 취급되었다. 

겨울 속 외딴 성에서는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에 가까운 취급을 받던 코코로는 두려운 것을 몸이 기억하는 여자애다. 학교를 가지도 못하지만 집에서도 엄마는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한다. 그러던 중 방안의 거울이 갑자기 빛나기 시작하면서 흘린 듯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성에 숨겨진 열쇠를 찾으면, 원하는 소원을 한 가지 들어주지” 

거울 속 세상은 바다 위에 떠있는 신비로운 성이었고, 그곳에서 처음 보는 여섯 명의 친구들과 늑대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소녀 ‘늑대님’이 있었다. 용기와 희망 같은 것도 없고 어떻게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하는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어찌 보면 세상은 가혹하기만 하다. 

이 영화는 모험담을 그린 영화라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라는 영화다.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때 아이들은 고립이 된다. 이 세상에는 어떻게 보면 수많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고립되어 있을지 모른다. 고립되어 있는 것은 무능력하거나 소통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다. 소통할 줄 아는 방법도 모르고 세상이 무서워서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다. 

따뜻한 것조차 어떤 것인지 모르는 세상에서 성장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상처받은 아이들이 서로를 보듬고 위로하고 연대하며 성장하는 이야기 속에 판타지적인 배경을 가지고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늑대님은 무표정하고 말도 무뚝뚝 하지만 필요할 때마다 갑자기 등장한다. 이 영화를 잘 즐기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귀 기울이면 된다. 작은 관심은 다정함에서 비롯이 될 수 있다. 대화를 하면서도 다정함이 없다면 미세한 변화를 알 수가 없다. 

서로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고 있지만 이들에게는 연결과 연대가 있으며 각자의 방법으로 미래가 있다. 분명히 사회에는 많은 문제가 있고 여전히 학교등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고 미래에도 그런 뉴스를 보게 된다고 해서 우리는 미래를 포기할 수가 없다. 정말 마법적인 일들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그런 따스함이 없다면 자신을 응원해 줄 수 있을까. 우리는 상처가 있기에 울 수 있고 울 수 있기에 자신의 감정에 대면할 수 있다.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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