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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17. 2023

여름의 기억

트래킹 하기 좋은 5월 공주 동학사의 어떤 하루

점점 온도가 올라가고 있지만 5월까지를 봄이라고 할 수 있는 시기에 살고 있다. 봄의 산은 연두색의 신록이 산뜻하고 여름산은 에너지가 넘친다. 가을 산은 다채롭게 채색이 되며 겨울 산은 싸늘하지만 그 속에 다음을 품고 있다. 그것이 계절의 온도이며 변화는 일상의 법칙을 담고 있다. 공주와 대전에 걸쳐 있는 계룡산은 빼어나게 우뚝 솟은 봉우리와 곳곳에 보이는 풍광들이 멋들어진 곳이다. 

동학사는 위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맑기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은 식당등으로 인해 천변으로 접근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최근에 정비가 되어서 사람들의 접근이 용이하게 되어 있었다. 가볍게 트래킹 하기에 좋게 정비가 되어 있는 덕분에 5월의 날을 보내볼 수 있었다. 

계룡산에서는 특히 제사를 올리는 공간들이 많다. 한국에서 잘 알려진 대표적인 명산인 설악산이나 지리산보다 신에게 많이 답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건 그렇고 아래에 흘러내려오는 물을 보니 맑기가 그지가 없다. 

이곳을 찾아왔던 사람으로 매월당 김시습이 있다. 조선 세종 때 한양에서 태어나 외할아버지에게 글자를 배웠고 세 살 때 이미 한시를 지을 정도였다는 그는 ‘만복사 윷놀이’를 비롯해 ‘이색과 최랑’, ‘부벽정의 달맞이’, ‘꿈에 본 남염부주’, ‘용궁의 상량 잔치’가 담긴 금오신화를 써냈다. 

김시습에 살았던 시대에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겠지만 이곳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살았을 것이다.  천재라고 불렸지만 그는 세상을 등졌다.  조선 시대에 1457년 매월당 김시습(金時習)이 단종과 안평대군, 김종서(金宗瑞) ·사육신(死六臣)의 제사를 지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그를 가리켜 생육신이라고 한다. 

낮에 덥다기는 하지만 태양만 피할 수 있다면 쾌적한 하루를 보낼 수가 있다. 김시습이 가장 혐오한 것은 정치하는 인간들의 탐욕과 불의였다고 한다. 그는 계룡산과 같은 자연을 사랑했던 사람이며 가장 뜨거운 가슴을 안고 산 사람이었다. 

몸이 뜨거운 것보다 가슴이 뜨거운 것이 좋지만 머리는 현명하게 사는 방법을 알려준다. 퇴계 이황은 사람은 ‘머리’(四端)로 산다고 했고, 율곡 이이는 사람은 ‘가슴’(七情)으로 산다 했다. 흘러가는 물 가까이에 살고 있지는 않지만 물을 가까이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천변으로 접근하는 것이 편해져서 주말에는 가족단위로 방문객이 많은 곳이다. 

계절의 온도를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봄, 가을은 더 짧아지고 겨울도 조금씩 짧아질 것이라고 한다. 여름이 가장 긴 계절이 될 것인데 긴 계절동안 어떤 것을 해볼까. 

동학사로 올라가는 길은 벚꽃이 피어날 때 차를 주차할 수도 없고 이곳까지 오는 버스도 돌아갈 정도로 사람이 많은 곳이지만 지금 가면 충분히 5월의 신록을 즐겨볼 수 있다. 문화재보호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충남에서는 신원사, 갑사, 동학사, 마곡사, 관촉사, 무량사, 수덕사 등 7개 사찰에서 무료 입장할 수 있게 되어 트래킹을 더 하고 싶다면 위쪽까지 걸어서 올라가면 된다. 계절의 온도는 몇 도쯤이 가장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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