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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03. 2023

묻지 마 살인

분당 서현역, 서울 신림동 그리고 연쇄 살인범 정남규

사람이 살아가는 동력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사람이 사람다워야 한다고 누구나 말하지만 그걸 몸소 실천하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사회가 어두운 이면을 외면할수록 피해자는 더 늘어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능력주의라는 말이 좋다. 모든 일이 벌어지고 난다음에 사후약방처럼 말하지만 그것이 과연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강력사건을 예방할 수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자신은 그냥 스쳐 지나가지만 문제의 여지는 항상 실마리를 흘리듯이 떨어져 있다. 자신의 그 미세한 변화를 놓치고 있을 뿐이다. 


정치가 방향을 찾지 못하는 것과 대형사고와의 연관성이 있을까. 연관성이 분명히 있다. 사형집행을 해야 문제가 해결될 리가 없다. 필자는 운이라던가 종교, 점 같은 것은 믿지 않지만 세상에 이루어진 에너지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것을 느끼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타인보다 자신에 대해 더 많은 비중을 두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같은 것이 없어지는 것이 부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상태다. 


사망자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8월 3일 분당 서현역에서 묻지 마 흉기 난동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삶에 목적이 없고 온 생각이 부정적인 것으로만 가득 찬다면 결국 언젠가는 폭발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꾸 사형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우리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과연 어떤 관점으로 보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세상에는 부모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짝짓기를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되는 것은 어른이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지만 그것에 대한 비중을 크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무엇을 하든지 모든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자식을 과연 낳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세상에 어떤 고민이나 이유보다 그것은 너무나 큰 이유이며 고려를 해야 될 것이다. 유영철과 비슷한 시기에 벌어졌던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며 유영철의 소행으로 알려졌던 서울 이문동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밝혀졌다. 그 후 보강 조사에 의하여 범행의 대부분이 밝혀진 정남규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1999년 사망)의 끊이지 않는 폭행과 자신을 아껴주던 동네 아저씨로부터 성추행과 성폭행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범죄자를 이해하고 두둔하려는 것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해할 익명의 피해자와 그걸로 인한 사회적인 비용을 위해서 신경을 써야 한다. 정치는 실종되었고 사회는 누군가를 적으로 만드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누군가를 적대시하고 괴물로 만들면 자신의 존재이유가 된다. 정남규는 오랜 시간 부정적인 혹은 악의 에너지가 농축되었던 사람이다. 뇌구조 자체가 그런 형태로 변한 것이라고 보인다. 프로파일링으로 그 범죄의 방법이나 심리구조는 알 수 있을지 몰라도 그가 자라왔던 환경에서 어떤 식으로 분출될지를 예상할 수는 없다. 


가난, 아동 학대, 가정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가혹행위, 집단따돌림 등 끔찍한 폭력들을 전부 다 겪은 굉장히 암울한 인생은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사회가 괴물을 어떻게 만들어내는 것일까. 능력주의로 포장되고 학력주의는 이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누구도 그런 것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지는 않다.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사람들은 피해자를 안타까워하며 가해자를 욕할 뿐이다. 잔혹함이 콘텐츠가 되는 세상에서 과연 우리는 선함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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