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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1. 2023

KTX속의 치악산

서울에서 원주 50분 쉬엄쉬엄한 원주야기 

여행을 가다 보면 잠시 시간을 가지고 무언가를 할 때가 있다. 역에 머무를 때나 이동수단을 따라 움직이고 있을 때다. 보통은 스마트폰 등으로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있지만 책자를 넘기는 촉감으로 접하는 정보들도 있다. 그래서 가끔 KTX를 이용하면 어떤 도시를 소개하고 있는지 자세히 보기도 한다. 이번에 만나본 도시는 바로 강원도의 중심도시 중 하나인 원주다. 

광명역은 규모가 상당히 큰 도시다. 건물의 규모로만 본다면 김포공항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경부고속철도 1단계 개통과 함께 2004년 4월 1일 영업을 시작한 광명역은 안양 등 주요 5개 시에 인접한 지역 특성을 살려 2017년 기준 연간 832만 명이 다녀가는 수도권 교통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역사다. 

간단히 먹거리를 챙겨서 먹고 기다리는 동안 광명역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려 보았다. 1년에 한두 번 오는 곳이기도 하지만 바뀐 것은 많지가 않다. 

드디어 KTX 열차가 들어오고 자리에 앉았다. 책자를 보니 바로 지금, 여행에 원주가 있었다. 원주를 특집으로 소개한 이 책자에는 어떤 내용들이 들어가 있을까. 

서울에서 원주까지 KTX로 50분이 걸린다고 한다. 대전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대전에서 원주를 가려면 조금은 돌아가는 느낌인데 서울에서는 바로 갈 수가 있다. 

얼마 후 개봉하게 될 공포영화의 제목으로 사용되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았던 치악산이지만 개인적으로 치악산 둘레길을 추천해 본다. 사실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치악산은 마치 사람을 품어주는 듯한 느낌의 포근한 산이다. 

어차피 너무 빨리 가는 것보다는 쉬엄쉬엄하면서 가파른 치악산을 둘러보는 것은 또 하나의 방법인 것은 사실이다. 오르지 않고 둘러 가는 것이다. 강원도 원주 치악산 둘레길은 말 그대로 가고 싶은 대로 걸어가다 보면 쉬엄쉬엄 볼만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 여름 식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도 지나가고 있다. 다음주가 벌써 백로다. 연둣빛 형광물감을 흩뿌린 것 같은 계절이 여름이라면 주황색을 곱게 물들인 것 같은 계절이 가을이다. 밤에 기온이 내려가고, 대기 중의 수증기가 엉켜서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완전히 나타나니 여름을 잊어볼 만하다. 

반곡역은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임이 고려되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2007년부터 여객취급이 중지되었으나 이 역 인근에 강원혁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출·퇴근 수요에 따라 2014년 8월 18일부터 상, 하행 2회의 무궁화호가 다시 정차하기도 했지만 2021년에 폐역이 된 반곡역도 만나볼 수 있다. 

‘나’와 ‘우리’의 건강한 삶의 방식을 배우는 원주 웰니스, 베이비붐세대부터 밀레니얼 세대까지 모두가 함께 하는 원주, 다양한 문화예술공간을 대중들이 가깝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원주 감성, 잊혀가는 마을 골목길에서 만나는 원주 레트로 시간 여행 등 여행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어떤 도시 혹은 지역을 구석구석 돌아보다 보면 살고 있는 곳에서는 못 느끼는 그런 감성을 만나볼 수가 있다. 자주 글을 쓰는 원주지만 시간적이 여유를 가지고 읽어보는 원주도 괜찮다. 

템플스테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여성은 우산을 들고 원주의 역사를 마주 보고 있다. 지금은 집에 하나 이상을 가지고 있는 우산은 고대이집드, 그리스등에서 우산의 기원이 발견되었다. 아마도 가장 많이 잃어버린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우산이 아닐까. 우산을 한 번쯤 잃어버리지 않은 사람은 없을 듯하다. 고요한 가운데 내리는 비가 우산에 부딪치며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처마 끝으로 가린 것 같은 자연을 한없이 바라만 봐도 힐링이 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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