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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7. 2023

가을걷이

가을물같이 맑은 문장은 티끌에 물들지 않는다. 

별을 헤아리기에 좋은 시간이 왔다. 가을걷이하듯이 걸어보고 가을걷이하듯이 떨어진 밤을 주워본다. 어느 정도 수준이 좋은 것인지는 제각기 다르다. 나이의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사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가을걷이를 하기에 좋은 때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주렁주렁 매달린 밤이 보인다. 이날은 청송심 씨의 후손이며 소설 상록수를 쓴 심훈을 찾아가 보는 길이다. 덥고 지루하던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저절로 찾아온다. 가을의 반가운 손님인 먹거리도 같이 찾아오는 것이 보인다. 

사람은 때론 만족이라는 것을 모른다. 자신이 믿는 것에 인정하지 않기 위해 수많은 실수를 하고 끝까지 스스로를 구렁텅이에 넣기도 한다. 상록수 심훈의 족보에서도 볼 수 있는 심온은 드라마등에서 억울하게 희생을 당한 것처럼 그리기도 한다. 사실 세종의 장인인 심온이 자신을 잘 자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태종은 자신의 처가가 정치적으로 야심이 컸던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형인 양녕대군이 세자에서 끌어내려지고 1418년 9월 사위인 충녕대군이 세자에 오르자 심온은 영의정이 되었다. 이때에 몸을 낮추는 것이 가장 좋았겠지만 이미 자신의 부인 집안인 여흥 민 씨와 아들의 사돈댁인 청송 심 씨 가문은 손댈 수가 없을 정도의 위세가 있었다. 

어떤 것에서 즐거움을 찾을까. 손안에 놓인 이쁘게 익은 밤을 보고 좋아할 수도 있고 돈을 들이고 비싼 것을 소유하고 나서야 즐거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심온을 죽이는데 앞장섰던 박은은 반남박씨다. 심온은 죽기 직전 자손들에게 다시는 반남박씨의 집안과 혼인하지 말라는 야사도 남겨져 있다. 집안은 풍비박산이 되었지만 세종의 왕비인 소헌왕후는 왕비에서 축출되지는 않았다. 

집안은 태종의 손자이며 세종의 아들인 문종에 이르러 복권이 된다. 청송심 씨 집안은 다시 대를 이어서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상록수를 쓴 심훈이 당진에서 태어난다. 그의 소설 상록수에서는 일제강정기에 탄압을 받으며 살았던 가족들의 이야기가 있다. 시간이 지나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한국 사회가 겪는 변화 속에 가족들이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곳은 심훈의 생가가 있는 필경사라는 곳이다. 

두 사람의 사랑과 그 주변을 둘러싼 환경 속에서도 희생과 사랑으로 이어지는 인간적인 가치의 중요성을 담고 있다. 인간의 가치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랑의 무게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는 각자의 생각에 달려 있다. 소설을 읽어보면 그 문체나 문장의 색깔이 그 사람을 반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글이 읽히기 좋은 글인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지난달 올해로 신인상 공모는 오는 31일까지로, 다른 문학상에 선정되지 않은 작품을 공모했었다. 공모자격은 주민등록지를 당진시에 두고 20세 이상 성인 남녀이며, 공모 부분은 수필‧단편·소설 등 제한 없고 시 5편 이상, 수필 2편, 단편소설은 원고지 80장 내외 1편 등의 작품을 제출하면 된다. 수상자에게는 200만 원의 상금과 상패를 수여하는데 시상식은 심훈상록문화제(2023.09.23.)와 함께 개최한다

드라마는 어떤 인물을 한 측면만을 그리는 경향이 있다. 필경사의 기념관에서는 심훈의 작품과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볼 수도 있지만 청송심 씨의 족보도와 함께 청송심 씨가 호패 및 심상정(심훈 부친) 명함 등도 볼 수가 있다.  

족보라고 하는 것은 피의 흐름이다. 서양의 가문의 족보는 대체로 개인의 가계사(家系史)라고 하면 한국에서의 족보는 동족의 세계(世系)를 기록한 역사이기 때문에 족보를 통하여 종적으로는 시조로부터 현재의 동족원까지의 세계와 관계를 알 수 있게 한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간다. 삶이 어떤 지향점을 찾아가야 할지는 매우 복잡한 다양한 것들이 영향을 미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대단치 않아 보이는 누군가의 매일의 삶과 고민이 있었으며 특별한 것이 없어도 오늘을 살아가게 된다. 오늘 손안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그리고 나아진 것이 없어도 더 풍족해질 수 있는 것이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깨달아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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