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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6. 2023

여기가 어드레요.

태백산맥 줄기에 자리한 숨겨진 마을 동막골

한국에서 일어난 가장 큰 현대전이었던 한국전쟁으로 인해 한국은 많은 것에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정치적으로 혹은 지역적으로 이념을 나누기도 한 전쟁은 결코 어울릴 수 없는 생각의 골짜기를 만들었다. 1950년 11월 한국전쟁이 치열했던 그때에 태백산맥 줄기의 함벽산 절벽들 속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이 있었다. 그 이름이 동막골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이곳을 배경으로 영화가 촬영되었다. 

영화 속에서 설정은 이 마을에 P-47D미 전투기가 추락하게 된다. 동막골에 살고 있는 여일이 이 광경을 목격하고 소식을 전달하러 가던 중에 인민군 리수화 일행을 같이 데려온다. 

녹두전도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을 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는 절대 어울릴 수 없는 인민군, 국군, 연합군이 동막골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동막골은 전쟁의 화마에서 상관이 없는 곳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과연 이념이 인간의 가치를 넘어서야 하는지를 볼 수가 있다. 

차를 세우고도 한참을 올라가야 세트장까지 갈 수가 있다. 그래서 입장료가 없었던 듯하다. 태백산 줄기가 있는 강원도 일대를 3주 동안 하루에 8시간 이상씩 샅샅이 뒤져서 찾아낸 곳은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율치리. 4 가구가 몇 년 전까지 살다가 이제는 아예 인기척도 없는 폐광촌이었다고 한다. 

이곳이 광산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는 것은 걸어서 올라가는 길에 적지 않은 광물이 보이기 때문이다. 검은색의 돌이 이곳 주변에는 즐비하다. 집 10채, 방 20개, 우물에서 개울까지 완벽한 하나의 마을이 탄생하였는데, 특히 마을 마당 한가운데 자리 잡은 500년 된 정자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정신적 수호자를 상징하였다고 한다. 

이곳까지 헉헉대며 올라와서 보니 마을 분인지 모르겠지만 무표정하면서도 살 빼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남성 한 명이 쳐다보고 있어서 기분이 무척 묘했다. 한참을 필자를 쳐다보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갔는데 이 아침에 이곳에 왜 왔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동막골의 4계절을 다 담아내야 했던 제작진은 가을에는 누렇게 시든 풀숲에 수 십 리터의 식용 색소를 뿌려 청록의 싱그러운 여름을 탄생시켰다고 하지만 그냥 자연이 만들어준 가을의 색은 노력하지 않아도 볼 수가 있다. 

영화 속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강원도 사투리다. 강원도 사투리로 반갑습니다는 반갑수유라고 하며 맛있게 드세요는 맛있게 드시고다. 맑디 맑은 산자락에 자리 잡은 동막골은 아까 봤던 사람이 내려가고 홀로 온전하게 가을을 즐겨볼 수 있었다. 이곳에 광산이 있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매일 같은 일상을 했었을 것이다. 

대도시에 사는 것이 편리하지만 때론 이런 곳에서의 삶을 생각해보기도 한다. 절체절명의 긴박함을 만들어냈지만 결국 한 없이 아름다운 강원도 산골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사실 영화 웰컴투 동막골은 필자와도 인연이 있다. 당시 영화는 제작비의 일부를 일반인에게 투자를 받았는데 많지는 않았지만 당시 제작비 대비 상당한 관객이 찾은 덕분에 거의 50%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던 기억이 난다. 

웰컴 투 동막골 이후에 촬영이 되었던 녹두전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과부촌이라는 독특한 이미지를 매치해 최고의 흥미와 한국 특유의 자연적 아름다움을 담아내기도 했다. 

골짜기의 안쪽에 들어가 있는 동막골에 들어와서 잠시 머물러보았다. 태백산맥의 깊숙한 곳에도 가을이 내려와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나중에 어떤 영화 혹은 드라마가 촬영될지는 모르겠지만 또 다른 이야기를 그리며 순박함을 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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