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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2. 2023

사람이 풍경되는 마을

옛날 오자골이라고 불렸던 하동의 나본마을

나동은 고둥이 많이 잡혀 붙은 이름으로 고래실이라고도 부르는 하동의 걷기 좋은 마을이기도 하다. 예부터 나무꾼들이 마을을 오가며 쉬어가던 마을로 나무꾼들을 위한 정자나무가 많은 곳이다. 하동호반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오자골이라고도 부르고 지금은 나동(고래실마을)과 청계동을 합해 나본(螺本) 마을이라고 한다. 

나본마을로 오니 청계사라는 사찰의 이정표가 보인다. 아직 하동의 청계사는 가보지는 않았다. 기회가 되어 발길이 닿으면 가볼지도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쉼을 해보기 위해 오자골 쉼터에서 머물러보았다. 

나본마을이 있는 청암면은 청암계곡과 백암동천이 있어 여름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곳으로 하동호는 지리산 둘레길 10코스에 해당이 된다. 

지리산 둘레길 '위태-하동호' 구간은 경남 하동군 옥종면 위태 마을부터 청암면 중이리 하동호까지 걷는 코스다. 11.5km, 5시간이 소요되며 난이도는 '상'급이니 어설프게 도전했다가는 1주일은 파스로 온몸을 도배할 수도 있다. 

남해 쪽에 내려오면 옛사람들의 흔적이 나무로 만들어진 전각이 아니라 이렇게 돌담등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 것인지 그 유래는 명확하지 않지만 독특하다. 

길에선 밤나무와 감나무가 길잡이 역할을 해주며 가을엔 탐스러운 밤송이와 벌겋게 익은 감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양이터재를 넘어 임도를 내려서면 이곳 나본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본마을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는 이정표의 옆으로 화장실과 정자 하동호를 가볍게 걸어볼 수 있는 데크길이 조성이 되어 있다. 동호는 하동군과 사천시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하동댐과 함께 만들어진 인공호수로 지리산에서 흘러온 묵계천과 금남천(金南川)이 여기로 모인다.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쉼을 주는 곳으로 사람이 풍경이 된다는 표현이 좋다. 하동의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잠시 물도 한 모금 마셔본다. 하동 하면 벚꽃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할 수가 없는데 이곳에서도 왕벚꽃이 만개하는 4월 초쯤이면 막 돋아나기 시작하는 메타세쿼이아의 연초록 새잎은 봄여행의 매력이 있다. 

왜 오자골이라고 불리게 되었는지 그 유래에 대해 먼저 접해본다. 하동호 관리사무소 주차장에서 출발하면 시계 방향이든 반 시계 방향이든 그 중간 지점이 되는 마을이 바로 나본마을인데 나본마을 서어나무 숲에 조성된 정자와 데크는 휴식을 청해볼 수가 있다. 


데크길로 위아래로 연결이 되어 있고 어느 구간으로 가도 하동호를 돌아 나본마을로 다시 돌아올 수가 있다. 지리산 둘레길 10코스를 제대로 걷는 코스는 위태 마을 → 지네재 → 오율마을 → 궁항마을 → 양이터마을 → 양이터재 → 나본마을 → 하동호로 이어진다. 

하동을 찾아가다 보면 지리산이 좋아서 이곳에서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지리산 자락의 사람들은 어느덧 지리산을 닮아 있다. 세상에는 어느 하나 쉬운 것은 없듯이 인생 역시 매번 그렇게 흘러가는 듯하다. 

새로운 장소를 가보기도 하고 때론 보지 못했던 풍광을 보면서 같은 곳을 지나가기도 한다.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해서는 자세히 보아야 한다. 내년에는 4월 왕벚꽃잎이 휘날리는 하동호 둘레길을 걸으면서 봄날의 화양연화를 만끽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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