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Dec 03. 2023

한섬의 겨울밤

겨울철에도 운치가 있는 동해시 한섬해수욕장

한섬해변 달 밝은 밤에 데크길을 홀로 걸어

큰 카메라를 손에 들고 손 시려워 하는 차에

어디서 배고픈 소리에 식당으로 가고 싶나니


추워서 그런지 몰라도 이순신의 한산도가가 생각나는 겨울밤이 찾아왔다. 동해시의 한섬해수욕장은 밤에도 걷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둔 곳으로 바다에서 들여오는 파도소리와 크고 작은 생명들의 소리가 어우러지는 곳이기도 하다. 

한섬해수욕장은 좁은 길로 들어와서 탁 트인 풍광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입구로 가는 길에는 벽화로 고래의 꿈이 그려져 있다. 동해시내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한섬해변은 동해시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이기도 하다. 

차를 세우고 한섬해변을 거닐기 위해 다리를 건너가 본다. 한섬해변 혹은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은 이곳에서 가는 방법이 있고 위쪽에서 가는 방법이 있다. 동해선 철길과 해안선이 나란히 달리고 있는 2.2km 구간에는 아담하지만 여유로운 해변 산책로를 겸한 한섬해변은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다. 

멀리 사람들이 잠시 머물면서 겨울동해의 모습을 만끽하고 있었다. 자주 찾아가는 바다지만 같은 모습인 적은 없었다. 쉬지 않고 늘 움직이는 바다는 계절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다. 

한섬해변을 찾아와서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입구에서 이용하면 된다. 안쪽에는 화장실이 없으니 미리 이용하고 걸어보는 것이 좋다. 

달 밝은 밤에 이곳을 찾아오니 갑자기 이순신이 된 것 같다. 긴 칼을 차고 있었던 이순신은 밤에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바다를 보면서 혼자 있기도 했다. 이순신이 보았던 바다와 지금의 바다는 다를 수가 있을까. 

바다는 다양한 색을 띠고 있다. 2024년이 멀지 않았다.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고 있다니 때론 인생의 결이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다. 모두가 통찰을 하다 보면 인생철학자가 될 수가 있다. 정말 많은 바다를 자주 보고 다니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여기서는 보이지 않지만 바다에는 무엇이 있을까. 풍랑도 있고 암초도 있으며 무인도가 있다. 무인도에 가본 적도 있기는 하지만 로빈슨 크루소처럼 고립되지는 않아 다행이다. 매혹적이고 희망찬 푸른빛은 밤에도 보일 때가 있다. 

한섬해변의 상징물은 달이다.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은 보름달은 아니지만 점점 차올라가고 있었다. 보름달보다 초승달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에는 차서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 아닐까. 

초승달에 아슬아슬하게 토끼가 자신의 둥지를 틀고 있다. 별빛이 빛나는 이 시간에 한섬해변을 밝게 밝히면서 주변공간을 무대처럼 빛내고 있다. 

적당하게 걸었고 적당하게 느끼고 적당하게 추워보았다. 겨울풍경 속에 걸어본 동해의 한섬해변은 고요하기만 했다. 세상의 수많은 소음이 있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조용해진 느낌이다. 

모든 시간은 흐르고 삶도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자유롭게 걸어보고 생각도 부유하며 새로운 공간을 찾아 돌아다니다 보면 새로운 눈과 관점을 가질 때가 있다. 2024년을 새롭게 준비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고요한 공간인 한섬해변과 같은 곳을 찾아 겨울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망상해변의 작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