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앞서서 만나본 소공연 상처엔 밴드
청소년기를 돌아가서 생각해 보면 불안이라는 것을 경험해 본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다. 불안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주변의 환경이 갖추어진 상태에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모호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다. 나아갈 방향을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면 불안조차 사치스러운 느낌의 감정이다. 그냥 하루를 생존하는 것 외에 하루를 온전히 보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면 사춘기라던가 방황 같은 것은 해볼 엄두도 나지 않는다. 사춘기가 온다는 것은 자신 스스로를 온전하게 돌아본다는 의미다. 부모에게서 벗어나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고찰해 보면서 좌충우돌해 보는 시기다. 그 시기가 오지 않았다는 것은 가정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당진의 청소년과 청년극단의 예능이라는 극단예능이 당진에 있다. 크리스마스에 앞서서 눈이 제대로 내린 어느 날 당진 문예의 전당 소공연장에서는 공연이 열렸다. 불안이라는 상처를 가지고 다룬 밴드 연극 '상처엔 밴드'를 선보인 공연장을 찾아가 보았다. 삶이란 흐릿한 실루엣이 점점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반복해 가는 것만 같다.
21세기에 이르러 한국이라는 나라의 성장공식은 모두 바뀌어버렸다. 잘 따라가고 잘 만들고 열심히 살기만 하면 되던 과거에서 이제는 삶은 급변해가고 있다. 기대 수명은 늘어나고 뉴스에서는 계속 불안의 시대를 말하고 있다. 불안과 두려움이 더 큰 시기인 청소년과 청년들은 미래의 꿈보다는 현실적으로 돈이 될 수 있는 직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대학만을 선택하고 있다.
이날 상처엔 밴드라는 공연에서는 서로의 입장이 달라 서로를 이해 못 하던 아빠와 아들을 같은 선상에 두고 밴드가 함께 작품에 그대로 들어가 보컬과 악기가 불안을 위로와 격려하고, 꿈을 희망으로 표현하였다고 한다. 밴드 연극은 3부작 시리즈로 1부에서는 길, 2부에서는 존재, 3부에서는 해, 달 그리고 별로 절실하게 노래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한다.
상처엔 밴드라는 공연에서는 여섯 명의 청소년들이 등장한다. 아버지와 아들, 과거시대에 아버지와 함께 학창 시절을 보냈던 친구들을 통해 각자의 불안과 그 불안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가 고등학생 때의 설정이 2004년이라니 시간이 정말 빠르다.
한국에 살고 있는 이상 학창 시절은 누구나 경험하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사회로 나가기 전에 말랑말랑한 감성으로 친구를 만나기에 그 친구들은 평생에 걸쳐 함께하게 된다. 이 연극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꼽은 명대사가 있다고 한다.
'네가 말하는 현실이란 불안과 두려움인 거야?'
'아니, 다른 사람이 평가하는 거 말고, 우리가 만족하고 인정하는 공연으로 1등 하자는 말이다.'
'그 누구도 나와 함께해 주지 않았어 혹시 조금만이라도 바래도 좋다면.. 난..'
'리더...!!! 드럼이 치고 싶어요.'
'얘들아 너희가 아니었으면 나에게 불가능한 일이었어.'
'야 하나 묻자. 그렇게 버리고 떠난 나한테 왜 다시 온 거냐?'
불안은 청소년 때에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다. 성인 되어서도 불안이라는 감정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그렇지만 청소년기에 극복한 경험이 있는 사람과 그 시기에 극복하지 못했을 경우 긴 인생에 걸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세상의 모든 것은 통제가능하지도 않고 불안이 없어지지도 않는다. 우리는 그런 감정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곳은 당진의 솔뫼성지의 봄 벚꽃이 필 때의 모습이다. 화사하지만 잠시 폈다가 지는 벚꽃처럼 화려한 시기는 잠깐이다. 항상 저런 모습으로 살 수는 없다. 청소년기는 잠깐이면 지나가지만 우리는 그때의 기억이 얼마나 소중하고 필요했는지 그때는 알지 못한다. 지나고 보면 벚꽃이 아름다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