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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1. 2024

사랑의 칼날

새로운 사랑을 꿈꾸던 대전 내연녀 부부 살인사건

대전 버드내아파트 건너편에는 대전 사람들이라면 예전에 사창가로 알고 있던 빨간색의 불이 들어오는 유천동골목이 있다. 지금은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그 부근에서 화장품 가게를 하던 여성 김 모 씨(42)는 나이차이가 많은 남편 강 모 씨(68)와 나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2006년에 이곳은 아직 홍등의 불빛이 꺼지지 않은 때였다. 이들은 대전에서 오래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잘 살았으면 좋겠지만 김 모 씨는 새로운 사랑을 꿈꾸었던 모양이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던 여성 김 씨가 갑자기 화장품가게를 열지 않기 시작한다. 그런 상황을 인지하였던 경찰은 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남편 강 모 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게 된다.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 잠적을 한 것이 아닐까? 란 생각을 가지고 조사하던 중에 갑자기 제보가 들어온다. 그 사람은 최 씨(45)였다. 아내 김 모 씨와 내연의 관계를 유지했던 남자는 노래방에서 일하던 삐끼 같은 조 씨(44)였다. 


많은 나이차 때문이었을까. 새로운 남자를 만나고 싶었던 것일까. 김 씨는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이었다. 남자를 잘못 선택한 덕분에 그녀는 명을 재촉했다. 조 씨는 김 씨에게 성적인 것과 경제적인 이득을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 충북 옥천군 인근 자신의 부모 묘지 앞에서 내연녀 김 모 씨(42)를 목 졸라 살해한 뒤 1600만 원 상당의 현금을 훔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사실 둘이 만나서 나이 많은 남편을 죽이고 잘 살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조 씨는 살고 있는 부인과 이혼할 생각이 없었다. 남편을 죽였는데도 불구하고 조 씨가 이혼하지 않자 김 씨는 재촉했던 것으로 보인다. 옥천을 자주 가기 때문에 그 현장이 어디인지는 알고 있다. 조 씨의 범행을 알린 최 씨(45)는 조 씨를 도와 강 씨를 살해하고 충북 옥천군 인근 야산에 암매장하는 일을 도운 혐의만 받고 있었다. 이미 구속된 조 씨도 조사과정에서 "살해 당시 나를 최 씨가 도와줬다"라고 일관되게 진술, 공범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었다고 한다. 


공교롭게 남편 강 씨가 사라진 시기에 조 씨와 아내 김 씨가 계약한 곳이 대전 대덕구 중리동의 한 원룸이었다. 중리동에 원룸이 많이 있다. 지금은 저렴한 임대료로 살 수 있는 곳 중에 하나가 중리동 원룸골목이다. 돈을 보고 화장품 가게에서 있던 남편 강 씨는 이들에 의해 나일론 끝으로 목 졸라 살해되었다. 불륜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바로 짜릿함이다. 강 씨를 죽이고 나서 짜릿함이 사라진 순간 조 씨는 여자에게 흥미를 잃었던 모양이었다. 어차피 돈이나 챙기면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조 씨는 최 씨와 함께 김 씨의 흔적도 지우기로 했다. 


불륜을 하게 된 조 씨와 김 씨 이들 둘이 만난 것은 바로 도박을 하는 게임장이었다고 한다. 성인 오락실에서 할 것도 없이 시간을 보내던 이들은 내연관계로 발전하면서 매일 만났다고 한다. 직업 같지 않은 직업을 가지고 있던 조 씨는 허세로 세상을 살면서 포장했지만 그 와이프와 관계는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나이차 많이 나는 남편과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은 김 씨와의 만남은 그들에게 사랑이었지만 칼날이 숨겨져 있는 관계였던 것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어떤 무게를 가지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2006년 6월 5일 10시경에 김 씨는 남편 강 씨가 쉬고 있다는 말을 조 씨에게 한다. 그 연락을 받은 조 씨는 화장품 가게 안의 내실에서 누워있는 강 씨를 제압하고 최 씨와 함께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이때 아내 김 씨는 화장품 가게 밖에서 망을 보며 남편의 살해를 도운다. 사람까지 죽일 정도의 사랑스러운 관계는 그렇게 해피엔딩이 될 수 있었을까. 사람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런 일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들은 그런 사람에 불과하다. 남편의 명을 줄여준 아내 김씨는 결국 자신의 명도 줄인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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