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으로 나아가기 위해 오래됨을 잊었던 하륜과 조준
지금도 모든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바로 법이다. 법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사람의 삶도 달라지고 불편한 것도 편해질 수가 있고 미래의 변화에도 대응할 수가 있다. 법이 중요하기에 쉽게 바꿀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필요할 수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는 매우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 법이다. 조선의 근간을 이룬 법전인 경제육전은 여러 사람이 함께 편찬하였는데 그중에 조선의 개국공신 하륜(河崙)과 조준(趙浚)이 있다.
한양에서도 멀리 있는 곳에 자리한 강원도는 풍광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개국공신이기도 했으며 조선을 개국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하륜과 조준은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하조대는 동해바다의 절경을 볼 수 있는 돌출된 만의 정상부에 위치하여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고 있는 곳이다.
하조대로 가는 길에는 유격장이 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1년에 한 번 정도 하는 유격훈련을 하는 현장을 될 수 있으면 외면하려고 했기에 이 부근에서 군생활을 한 사람들은 하조대라는 이름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하조대로 올라가 본다. 여지도서에서는 "하조대(河趙臺)는 부 남쪽 30리에 있다........ 세상에 전하기를 조선 초기에 하륜과 조준이 놀고 즐긴 곳인 까닭에 이름 지어졌다." 하조대 정자 앞 소나무는 애국가 동영상 첫 소절에 실려있다.
세찬 바닷소리를 들으며 올라가는 길이 경쾌하다. 하조대는 절벽에 조성되어 있는 등대로 더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바다낚시가 잘되는 곳이라고 하는데 동해에서 오징어를 잡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계단으로 열심히 걸어서 올라가 보면 등대가 나오고 조선시대 정종 때 정자를 세웠다고 하나 지금 남아 잇는 것은 근래에 와서 만들어진 육각정만이 보인다. 하륜은 조선의 킹메이커라고 할만한 사람이었다. 고려말조선 초의 관료로 조선의 정승까지 오르게 된다.
동해의 바다에 오면 항상 변화가 없어 보인다. 항상 푸른 바다와 늘 푸른 소나무를 보고 있으면 기온차이만 아니라면 겨울인지 여름인지 모를 때가 있다. 그렇게 바뀌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조선초에 살았던 사람들이나 지금 사람들이나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하조대의 등대가 있는 곳에 올라와서 보면 저 건너편에 아름다운 절경이 보인다. 하륜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조준 역시 정승반열에 오르게 된다. 사학(史學)을 잘하고 경학(經學)과 시문에도 능했던 조준은 학교(향교) 제도를 강화하여 사장(詞章)을 폐하고 사서오경을 배우도록 할 것을 제시하였다.
이제 시간이 흘렀다. 오래전에 옳다고 생각했던 것은 변했고 지금의 기준은 많은 것이 바뀌어 있다. 오직 바뀌지 않은 것은 이곳의 풍광뿐이다. 앞선 이야기와 달리 하 씨 집안 총각과 조 씨 집안 두 처녀 사이의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연으로 인해 명명되었다는 설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처럼 연상된다.
하조대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한 하조대해수욕장은 수려한 경치를 배경으로 약 4㎞에 걸쳐 백사장이 펼쳐져 있으며,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한 해수욕장으로 1976년 개장해 1984년 시범해수욕장이 되었다.
소리는 세상의 떨림을 전하는 방법이다. 자연이 만드는 소리를 들을 때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바다는 누구의 것도 아니고 세찬 바람도 그 누구의 것이 될 수가 없다. 소리가 태어난 곳에서 다시 돌아가는 소리, 바다와 바위가 만들어내는 조화다. 모두가 듣고 싶어 하는 그런 소리가 들려오는 하조대에서 삶의 시간이 다시 찾아올 것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