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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16. 2024

무인 곽원갑

인생은 모든 길은 강함이 아니라 힘을 빼는 데 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배우기 시작하면 의욕이 앞서서 빨리 배우기를 바란다. 빨리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에 힘이 들어간다. 힘이 들어가면 모든 것이 흐트러진다. 그렇지만 힘을 빼는 방법을 알지를 못한다. 무술을 하는 것도 강한 상대에게 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힘을 너무 많이 들여 그 힘에 자신이 결국 무너지는 것이다. 다른 운동 역시 그렇다. 힘을 빼지 못하면 어디에 힘을 써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미 힘을 강하게 써버리면 힘을 써야 할 때는 중심을 잡지 못하게 된다. 


오래전에 무인 곽원갑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었지만 다시 보니 그의 삶이 다시 보인다. 음모등으로 인해 독중독으로 인해 42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곽원갑은 당대 가장 강한 무인이기도 했었다. 그의 젊은 시절은 말 그대로 강한 인생이었다. 적이 주변에 항상 있었으며 그 강함으로 상대를 무차별적으로 쓰러트리며 고수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전통 있는 무인가문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현명했던 모양이었다. 그에게 어릴 때  “힘은 그 대가가 따른다”는 조언을 했지만 곽원갑은 아버지 몰래 권법서적으로 탐독하여 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집안에 돈이 있었던 곽원갑은 호탕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지역에서 따르는 이가 많아졌다. 자신이 가진 힘을 악용하여 으스대며 세상에 무서움이 없이 살아간다. 그의 주먹에는 힘을 빼는 법이 없었다. 힘을 빼는 법을 몰랐던 그는 마지막 대상으로 지역에서 존경받는 한 무인을 꺾을 생각만 한다. 마침 한 제자가 그 무인의 여자와 정을 통하였고 이에 크게 혼이 났지만 곽원갑에게 거짓으로 이유 없이 당했다고 고한다. 곽원갑은 진실을 알려는 생각자체가 없었다. 그에게는 힘이 있었고 그 힘으로 그 무도인을 살해하게 된다. 

강한 힘에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 대가가 따른다는 것은 자신이 아니더라도 주변이 다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게 최고의 무술가가 되었고 환호를 받았지만 죽은 무도인의 양아들이 그의 어머니와 딸을 죽인 것이다. 그는 심한 충격을 받고 은둔의 길을 떠나게 된다. 오랜 은둔생활을 하면서 중국 농촌의 한 가정에서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이 힘을 빼는 것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의 무술은 힘이 아닌 상생으로 만들어지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게 된다. 

무인의 자질이 무엇인지, 아버지가 말했던 힘의 대가가 무엇인지 깨달은 곽원갑은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이미 세상은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일본이 대동아침략을 일삼으면서 중국도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우연히 거구의 미국인 싸움꾼을 가볍게 꺾게 되는 곽원갑의 소문은 온 중국대륙에 퍼지게 되고 전 중국인들은 그와 그의 무예를 존경하게 된다. 

많은 것을 경험해 보면 모든 선은 점으로 이루어지며 점은 아주 조금의 힘으로만 표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은 한 번에 할 수가 없다. 한 번에 할 수 있을 때까지 엄청나게 많은 선을 그려봐야 한다. 처음부터 긴 선을 한 번에 그을 수도 없고 한 방에 상대방을 제압할 수도 없다. 사람들은 한 발자국에 멀리까지 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돈도 빨리 벌고 싶고 빨리 여유 있게 살고 싶고 빨리 무언가를 배워서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려고 한다. 세상에 그런 건 없다. 힘을 어떻게 빼느냐를 아는 것 그것이 길이다. 곽원갑의 명성과 중국인들의 소망이 합쳐져 정무문 시리즈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는데  이소룡(李小龍)은 그의 제자 진진 역을 맡아 스승의 사인을 밝히고 스승을 독살한 일본인들에게 복수를 한다는 스토리의 영화 정무문(精武門)으로 일약 스타가 되었으며 전쯔단(견자단, 甄子丹)과 리롄제(이연걸, 李連杰) 등이 역시 진진 역을 맡아 정무문의 시리즈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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