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하는 길을 넘어서 힐링의 길을 걷기에 좋은 곶
큰 욕심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치고 욕심이 없는 사람을 본 적이 별로 없다. 큰 욕심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자신의 능력을 훨씬 넘어선 기준을 잡아놓고 나서 그보다 낮추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가 않다.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고 결정한다. 무엇을 소망하는 것이 좋을까. 동쪽으로 가보자. 가장 동쪽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매년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곳으로 연상되는 곳은 포항의 호미곶과 울주의 간절곶이 있다. 지리상으로 보면 호미곶이 꼬리 부분이라서 지도에서 눈에 잘 뜨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정작 해는 호미곶보다 1분, 정동진보다 7분 빨리 뜬다.
화사하고 아름다운 마차를 타고 원하는 곳으로 가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소망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곳에 놓여 있는 다양한 조형물들은 모두 세상에서 쓸모가 없어진 것을 가지고 만든 것들이다. 가장 소중한 것은 이미 우리 손에 있는 것일지 모른다. 그걸 모른 채 다른 곳에서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치 리모컨을 쥐고 TV 채널을 돌리기 위해 발을 동동 굴리는 사람처럼 말이다.
곶(串)은 바다 쪽으로 좁고 길게 내민 땅을 의미한다. 등대를 설치하여 항해에 도움을 주기도 하며 어원상으로 보면 곶이란 돌출은 의미하며, ‘곧’에서 변하였다. 우리나라 말에서는 반도라는 말대신 곶을 사용하였다. 물에 잠기지 않은 산줄기 부분이 곶으로 발달하여 아름다운 경관인 해식애를 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간다.
바다를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네덜란드 풍차는 어떤 의미일까. 바람을 활용하여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은 한국에는 있지 않았지만 네덜란드에서 하멜이 이 땅에 왔기 때문일까. 풍차는 바다 어디를 가더라도 볼 수가 있다.
호미곶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어서 해안풍경은 자연적이기보다는 관광지느낌이 강하다. 간절곶은 바다로 나아가는 접근성이 상당히 좋다. 신라 충신 박제상의 처자가 울산 치술령에 올라 망부석이 되었다는 설화의 모녀상도 간절곶에 자리하고 있다.
울주 하면 반구대 암각화가 대표적인 유산이다. 반구대 암각화라고 하면 고래의 모습이 연상된다. 옛날의 그 열악한 장비로 고래를 사냥했던 모습은 마치 북유럽의 신화와 닮아 있다.
간절곶은 일본과 가까운 지리상 이점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박제상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내물왕의 셋째 아들인 미사흔(未斯欣)을 왜에, 412년에는 내물왕의 둘째 아들인 복호(卜好)를 고구려에 파견해 군사 원조를 요청하였다가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박제상을 보냈다고 한다. 왕자는 구출해서 보내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정작 자신은 나오지 못하고 불에 태워 죽여졌다고 한다.
모든 변화와 발전은 전혀 이질적인 것을 보고 만나고 접하는 데 있다. 같은 색깔을 가진 것들만 있으면 항상 똑같은 것만 나온다. 그래서 많은 것을 시도하고 볼수록 새로운 기회가 생겨난다. 때론 생각의 변화를 느낄 때면 신기할 때가 있다.
울주군은 오는 2028년까지 서생면 간절곶에 정크아트 기획전 ‘간절곶 상상공간’을 운영한다고 한다. 테마는 해뜨미씨름단과 울산 현대 축구단 등을 주제로 한 ‘체육공원’, 서생배 등 특산품을 사고파는 ‘상상마켓’, 반구대암각화 동물을 캐릭터화 한 ‘놀이동산’, 예술·문화를 표현한 ‘페스티벌’, 해남·해녀를 나타낸 ‘동해바다’ 등 5가지속에 소망이 있다.
간절곶은 조선 초기에 넓고 길다는 뜻의 이길곶이라고 부르기도 했으며 간절포라고 표기하기도 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는 한반도의 기를 누르기 위해 간절갑이라고 불렀다가 간절곶으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바다를 그리움으로 바라보듯이 비추어주는 등대, 마음을 건네주는 우체통, 파도가 오랜 시간 쳐대도 머물러 있는 바위, 바다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과 남빛 바다가 간절곶에 있다.
1000대의 드론이 펼치는 드론 라이트쇼와 축하불꽃이 더해져 방문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던 간절곶은 울주군이 평가업체를 통해 방문객 만족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종합만족도 92.3점을 기록했다고 한다.
해가 어디서 먼저 뜨느냐는 결국 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한반도 어디에 살고 있더라도 해가 뜨는 것은 볼 수가 있다. 레이철 맥 아담스 주연의 영화 어바웃 타임의 감독은 그 작품을 마지막으로 찍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전혀 다른 두 사람을 통해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 우리의 삶을 힘들게 하는 수많은 바이러스들이 있지만 행복 바이러스만큼은 시간에 상관없이 있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