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물굽이길

봉화의 수려한 경관에 자리한 창애정과 물길 따라가는 길

천변을 걷는 길은 자연스러운 여정길이다. 봉화군에는 춘양면의 운곡천이 있는데 운곡천변으로는 지금까지 보존되는 정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봉화군 춘양면서벽리~봉화군 명호면 명호리 26㎞를 흘러내리는 운곡천은 수정 같은 맑은 물과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빼어난 경치를 보여준다. 1 급수의 깨끗한 물에서만 볼 수 있는 쉬리와 버들치, 꼬리치레 도롱뇽 등 멸종위기 희귀종들이 사는 곳이다.

운곡천을 흐르는 수량은 많지가 않았지만 천변 유역은 상당히 넓은 편이다. 춘양면이야 억지춘양으로 잘 알려진 곳이지만 이곳에 와보지 않으면 그 모습을 볼 수는 없다.

운곡천변에 자리한 정자중 창애정이 있는데 창애정은 춘양목(금강소나무)을 사용하여 지었다. 조선 영조 재위 때 학자인 이중광(1708-1778)이 당대 유명한 학자들과 풍류를 즐기고 후학을 양성하려고 세운 정자라고 한다. 영조 18년(1742) 추천을 받아 세자익위사(왕세자를 호위하는 관청) 세마로 임명되었으나, 스스로 관직에서 물러나 학문에만 전념하였다.

창애정 옆에는 사과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창애정의 앞면은 4칸, 옆면은 3칸인 ㄱ자형 기와집으로 주의의 경관과 잘 어울린다.

봄에는 하얗게 피어나는 사과꽃과 가을에는 주렁주렁 매달린 빨간 사과를 볼 수 있는 이 길은 때론 소원을 비는 길이 되어준다. 산골물굽이길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을 그대로 느끼면서 걷는 사색의 길이다.

운곡천은 계곡의 아름다운 풍경이 오감으로 느껴지는 길마다 테마가 있다.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길가에 피어 잇는 야생화가 바람에 살랑이기도 한다. 이제 다시 휘감아 도는 운곡천의 물길을 다시 걸어가 본다.

이곳의 물에는 다슬기도 많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운곡천의 산골물굽이길을 완주하려면 6시간 정도가 소요가 된다. 경로는 분천역-도호관문-현동역-임기분교-임기교로 이어지는 길을 걸으면 된다. 불편한 하루하루가 편안한 오늘을 만든다고 했던가. 알고 좋아하고 즐기기까지 그리고 혼자만의 삶에서 함께하는 삶으로 가기에 좋다.

봉화군에는 군 전체면적의 83%나 되는 산림자원을 가지고 있어서 국립 백두대간수목원도 조성이 되어 있다. 자연을 벗 삼아 걸어 볼 수 있는 외씨버선길과 낙동정맥트레일, 낙동강세평하늘길, 승부역 가는 길, 봉화솔숲갈래길, 산골물굽이길등은 봉화군의 구석구석을 이어주는 길이기도 하다.

저 멀리서 시원하게 흘러내려오는 물소리가 들여온다. 물이 흐르는 곳까지 거리가 상당히 있다. 한 여름에 물놀이하기에 좋은 곳이지만 물은 항상 조심할 필요가 있다. 강물은 유유히 흐르고 있고 강가에는 넓게 자갈밭이 형성되어 있다.

봉화는 참 맑은 땅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굽이굽이 산속도 있고 숲 속과 천변으로 열린 길을 천천히 걸어보는 여행이 봉화의 백미다. 퇴계 이황은 안동과 봉황을 수시로 오고 갔다. 예던길이라는 이름은 청량산과 안동 도산을 잇는 길로 다니던 이라는 뜻이 있다. 그를 존경하는 후학들이 먼 길을 찾아와 옛 스승의 발자취를 따라 걸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