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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29. 2024

잘못된 만남

범죄와의 전쟁과 양평 일가족 생매장 사건

1990년 11월 10일 대전에서는 전국을 들썩이게 만든 사건이 터졌다. 중부권에서 인구가 늘어가고 있던 대전이 당시 대전시였다가 대덕군을 행정구역으로 포함하면서 대전직할시가 된 지 1년이 지난 때였다. 애전은 100만 명을 조금 넘었던 때로 성장하는 도시였다. 당시 노태우는 1990년 10월 13일 특별선언을 통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당시 전국에 산재해 있었던 폭력조직은 절차를 어겨도 된다는 암묵적인 동의아래 검찰과 경찰의 강력한 압박 속에 대부분 해체가 되었다.


남자, 여자를 떠나 사람을 잘못 만나 자기 인생을 스스로 꼬아버린 수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특히 여자는 남자를 잘못 만나 팔자를 스스로 꼬고 맞기도 하고 돈도 떼이는 경우가 많다. 심혜숙이 그런 케이스였다. 나름 직장을 다니면서 평범하게 살던 그녀는 만나는 남자가 바람이 나면서 파혼을 당하고 그걸 위로한답시고 친구가 데리고 간 나이트클럽에서 이성준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때부터 이성준은 집안도 좋고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등의 거짓을 일삼았고 선물공세도 했다. 정말로 속일 것이 없는 사람은 그냥 보여준다. 자신의 시간을 모두 할애해서 여자에게 공을 들이지도 않는다.


그렇게 만나기 시작한 이성준은 말과 행동의 일관성이 하나도 없고 분노조절장애까지 있었던 남자였다. 심혜숙은 이별을 생각했지만 그것이 쉽지가 않았다. 이성준은 미성년자였을 때부터 범죄를 시작하였고 31살의 나이에 전과가 8 범이었다. 그는 교도소에서 친구를 하나 만드는데 오태환이라는 사람으로 전과 6범으로 여러 회사등에서 일했으나 알코올중독과 포악한 성격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기를 밥먹듯이 하다가 택시회사에서도 일했으나 움주운전등으로 쫓겨나게 된다.


오태환에게는 또 한 명의 친구가 있는데 윤용필이라는 중학교 동창이었다. 윤용필 역시 택시나 트럭을 운전하였으나 전과 6범으로 역시 범죄로 먹고살았던 사람이었다. 사람을 알아보고 싶다면 그 옆에 있는 사람을 보면 된다는 말에 딱 걸맞은 사람들이었다. 일관성 있는 사람이 일관성이 없는 사람을 친구로 둘일도 없고 자신의 능력을 꾸준하게 개척하는 사람이 놀고먹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경우도 없다. 그런 이들을 만난 심혜숙은 이들에게 끌려들어 갔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폭력을 엄단할 것을 선포했을 때 이들은 오히려 편하게 먹고 살 계획을 세운다. 가장 잘하는 일인 범죄를 하기로 계획을 한 것이었다. 인천에서 렌터카를 빌린 것이 1990년 10월 28일로 남자 세명은 강릉 경포대로 출발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엑셀을 타고 있던 신혼부부를 발견하였다. 기념사진을 찍고 있던 이들 부부를 폭행, 결박한 후에 승용차로 납치를 하였다고 한다. 이들에게서 차와 현금, 수표등을 포함해 800여만을 강탈한 뒤 야산의 소나무에 묶어 놓고 도망을 쳤다.


훔친 엑셀차를 이성준과 심혜숙은 마음껏 돌아다니다가 인천시내에서 사고를 내고 출동한 경찰관과 택시기사에게 흉기를 휘두르면서 도주하였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에 의해 도난 차량인 엑셀과 그 차 안에서 발견된 흔적, 범행 후 이 광경을 본 학생에 의해 이들이 특정되었다. 숨어 살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차 범죄를 계획하게 되는데 1차 강도사건처럼 살려주지 않고 모조리 죽이기로 마음을 먹는다. 범죄행각이 탄로라는 것보다 본 사람을 모두 죽이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1990년 11월 9일 국도를 지나가는 피해자들을 승용차를 자신들의 렌터가로 가로막아 납치했는데 그 차에는 중년의 남자와 할머니 두 명, 중년남자의 외손녀 6살 딸이 타고 있었다. 외딴곳으로 간 이들은 할머니 두 명을 낭떠러지에서 굴러 떨어트리고 이어 중년의 남자에게 3,000만 원을 요구했으나 그 돈이 없었다. 돈이 없다고하자 중년의 남자를 교살하려고 목을 졸랐으나 죽지는 않았다. 아직 살아 있는 세명과 어린 딸까지 땅에 생매장을 했다. 생매장한 것은 나중에 국과수의 검시에서 폐에 흙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이 되었다.


그리고 이들의 차인 소나타를 훔쳐서 경기도 안양시에서 사창가에서 여자와 자고 나이트클럽등을 전전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심혜숙의 주거지인 대전으로 갔다고 한다. 이들은 지리산에 들어가서 숨어 살기로 했지만 집에 간 심혜숙의 친구 박 씨가 경찰서에 신고하면서 대전 동부경찰서가 바로 수사에 착수한다. 우선 대전에 있던 오태환과 심혜숙을 체포했으며 도망치던 윤용필과 이성준마저 잡으려고 했으나 도주하던 중에 총을 발사하였고 경상을 입은 윤용필은 서울의 친구집에서 숨어 있다가 체포되고 이성준은 중상을 입고 도주하다가 대전 동구 가오동 천동주공아파트의 옥상에 숨어 있다가 사망하였다.


이성준은 총을 맞아 사망하였고 윤용필과 오태환은 감옥에서 사형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잘못된 만남을 한 심혜숙은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가담도가 높지 않다고 해서 2심에서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였다. 그녀는 감옥에서 출소한 후에 대학을 가서 어릴 적 꿈이었던 문학을 배워 졸업을 했지만 졸업하고 바로 위암에 걸려 35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지 않을까. 다만 현실이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자신이 서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뿐이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특징이나 범죄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의 돈을 쉽게 탐하려는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타인을 희생하는 것에 대한 아무런 죄책감이 없다. 22살의 나이에 잘못된 만남을 한 심혜숙의 인생을 보면서 그 꽃다운 나이를 보내고 자신의 몸이 망가지는 것을 몰랐던 안타까운 삶의 종착지를 보게 된다. 세상에는 어울려도 되는 사람이 있고 조금도 어울릴 필요가 없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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