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Nov 03. 2024

그림 같은 여행길

하동의 최참판댁을 걸어보는 즐거운 가을여행의 맛

사람의 시선을 막지 않는 돌담길은 다른 사람들이 살던 공간을 살짝 엿보게도 만들지만 서로의 삶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어떤 일은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일을 남다른 방식으로 하는 게 그런 사람들 중에 새로운 삶의 방식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자주 방문했기에 익숙한 지역이기도 하지만 항상 하동으로 가는 길은 무언가의 기대감을 만들어준다. 

위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물레방아를 돌리면서 들려오는 소리에 발길이 그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지형을 그대로 활용하여 만든 집들로 이루어진 마을에는 마치 살아있을 것 같은 사람들의 이름들이 보인다. 이곳에는 조선후기 우리 민족의 생활모습을 재현해 놓은 드라마 ‘토지’의 공간이기도 하다.  

감이 무르익어가는 이곳에는 토지문학제가 열리는데 바뀐 사회상에서도 불구하고 옛날의 모습처럼 살아가려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토지는 땅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선은 이미 기울었고 신분제도 허울뿐인데 경남 하동 평사리의 최참판댁과 향반, 노비, 소작인들은 주종 관계로 얽힌 이면에는 땅이 있었다. 1969년부터 1994년까지 25년간 '토지'를 쓸 때 박경리는 사람들과 만나지 않으면서 작품을 썼다고 한다. 

골목길을 걷다 보면 지천에 코스모스꽃이 피어 있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고 위로는 대봉감이 골목길 안쪽에는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나올 것만 같다. 한강의 책이 사람들에게 어필한 이면에는 번역에 공을 들인 영국인 데버라 스미스가 있다. 작가란 그 글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지원해 준 사람들이 있다. 

땅에 대해서 다룬 토지는 명작 고전이 되어 있다. 현대문학사에서 여러 작가들이 다져둔 작품들이 있다. 넓은 들이 있어 최참판 댁과 같은 부자가 나올 법한 곳이서 더욱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을지 모른다.  

대도시에 자리한 대단지 아파트의 정원을 걷는 것과 이런 시골길을 걷는 느낌은 다르다. 이곳에서 1박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최참판댁 한옥호텔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하동군에서 직영하는 한옥 숙박시설로 최참판댁 한옥호텔 예약은 하동군청 홈페이지(www.hadong.go.kr) ‘통합예약센터’ 메뉴에서 예약하거나, 포털사이트에서 ‘최참판댁 한옥호텔’을 검색해 예약할 수 있다.

대를 이어서 자신의 삶의 흔적을 후대에게 이어주었던 그 여정은 이제 다른 방식으로 전달을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목가적 풍경은 서정적인 감성을 부여해 준다. 

한 사람의 경험이 그렇게 글에 녹아들 수 있는 이면에는 수많은 시도와 고민이 필요하다. 박경리작가의 토지는 최근 일본어로 번역이 완역. 완간되었다고 한다. 700명에 달하는 ‘토지’ 캐릭터의 인명, 말투, 전국 팔도 지명, 근현대 한국 물산에 대한 이해 등을 조율해 가며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글을 쓰는 사람은 소설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살아 숨 쉬게 하기 위해 캐릭터마다 성격과 살아 숨 쉬는 모습을 부여하려고 한다. 마치 어떤 안경을 쓰고 보면 이 길에서 오갔을 사람들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삶을 사는 것이 좋은지는 정답은 없지만 몰락한 대지주 집안을 재건하려는 여성 최서희와 많은 등장인물이 삶의 귀중함과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이 있다. 하동 평사리에 다시 가을이 오게 될 내년을 기약하며 떠나가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홍성글로벌바비큐페스티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