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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9. 2024

특별한 유전자

일본의 역대급 살인마 세키 데루히코 사형당하다. 

남녀가 만날 때 있어서 현명하면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냥 잘해줘서 혹은 겉으로 볼 때는 매력적이고 어떤 나쁘지만 호기심이 가는 사람을 선택하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적지가 않다. 그런 잘못된 선택들로 인해 이 사회에는 온갖 흉악범죄의 씨앗이 지금도 자라나고 있다. 부모의 유전자는 대체적으로 그대로 자식들에게 유전이 된다. 아주 특별한 몇몇의 사람들은 부모의 안 좋은 가정환경에서 이겨내 더 우월하면서 특별한 존재가 되기도 하지만 그건 특별한 케이스다. 그런 사람들조차도 어릴 때의 그런 환경이 평생 뒤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 1973년에 태어난 세키 데루히코라는 사람이 있다. 재판을 받을 당시 미성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형이 선고되어 2017년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람이다. 보통 나쁜 짓들은 쉽고 단순하며 때론 재미가 있어 보인다. 어릴 때 담배를 피운다던가 도박을 하는 것은 아주 쉽고 자극적인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마치 성인이 되는 통과의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그들의 특징은 시간을 들여서 무언가 노력해서 자신을 만들려고 하는 생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세키 데루히코의 어머니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여유 있는 집안에서 자라났지만 남자를 보는 눈은 형편이 없었다. 간이라도 빼줄 듯이 잘하지만 노름꾼 기질이 있으며 바람기와 온갖 난봉꾼의 유전자를 타고 난 사람이었다. 그런 남자를 외할아버지가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하게 된다. 그렇지만 결혼 후 바로 자신의 와이프와 아들인 데루히코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도박과 음주, 여자에 빠져서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돈을 탕진하다가 사채등으로 큰 문제가 되자 외할아버지는 사위의 빚을 갚아주고 인연을 끊어버린다. 


문제는 데루히코 역시 아버지의 피를 받은 아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모든 것이 공평한 것처럼 보이지만 커가면서 자신의 유전자에 따라 환경에 지배받으며 어떤 이는 범죄자로 성장하게 된다. 타고난 범죄자 혹은 도박, 여성편력을 그대로 가지고 자라난 세키 데루히코는 중학생 때부터 성인의 문화를 즐기며 난잡한 생활을 하면서 자라나게 된다.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결국 퇴학당하다시피 하고 유흥을 즐기면서 막 나가는 삶을 영위한다. 


이 모든 악의 씨앗은 사실 세키 데루히코의 어머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에게 범죄의 무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결국 죄 없는 가족을 도륙하다시피 했으니 말이다. 사람이 모든 일을 어떻게 알겠냐고 하겠지만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을지 몰라도 그 사람의 근본은 바뀌지 않는다. 사람 같지 않은 수준의 인간은 어떤 짓을 하더라도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은 쉽게 간과하면서 살아간다. 태생부터 쉽게 살고 쉽게 어울리고 쉽게 유흥에 물들어가는 사람은 그 근본이 인간이하의 존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던 세키 데루히코는 1991년 21세의 유흥업소의 필리핀 여성과 결혼했지만 온갖 여성편력과 도박등은 그 여성을 3개월 판에 필리핀으로 도망가게 만들고 이어 1992년 술집 여종업을 강제로 집에 데려와 감금하고 성폭행하다가 야쿠자에게 붙잡혀 200만 원을 배상하지 않으면 생명에 위협까지 받게 된다. 이에 1992년 2월 12일 치바 현 이치가와 시내에서 유심히 살펴보다가 여학생 한 명을 고의로 사고를 내고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해준 뒤에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다. 그리고 200만 엔을 그 집에서 강탈하기로 한다. 


같은 해 3월 5일 그 집으로 침입해 할머니인 야나기사와 준코를 목 졸라 살해한 뒤에 들어온 여학생과 어머니인 야나기사와 데루요를 보게 되는데 바로 엄마인 데루요는 칼로 찔러 죽인다. 그리고 아버지인 야나기사와 고지가 돌아올 때까지 여학생을 성폭행한다. 고지는 들어오자마다 데루히코에게 칼에 찔린 뒤 360만 엔을 넘겨주었지만 욕심이 났던 데루히코는 더 협박을 해서 고지의 회사로 여학생을 보낸 뒤에 고지마저 살해한다. 그리고 여학생의 동생인 당시 4살인 우미 역시 목 졸라 죽인다. 


당시 분위기로 사형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세키 데루히코는 1심, 2심, 최고재판소까지 사형이 확정되었고 2017년 12월 19일에 사형이 집행되었다. 데루히코의 엄마는 사형이 집행되기 전까지 자신의 아들의 옥바라지를 정성껏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모든 사람이 불행해졌고 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고통을 겪었다. 사실 그런 선택을 한 것만으로 큰 죄가 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사람이 누군가를 볼 수 있는 눈을 키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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