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으로 물들어가는 보령 청라의 은행마을 풍경
사람의 삶은 4단계로 구분해 볼 수 있다고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100세 시대라고 할지라도 80대 중반 이후에는 자신의 의지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으니 삶의 시간은 앞당겨야 한다. 1단계는 태어나서 20대 중반까지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씨앗을 심고 좋은 싹을 틔우지만 결실은 없다. 그 좋은 싹이 자라나서 꽃을 피우는 것이 2단계인 40대 중반까지다. 한국에서 직장인의 삶은 2단계까지라고 본다. 인생의 절정기는 그다음부터라고 한다.
가을이라는 계절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볼 수 있는 보령 청라의 은행마을을 방문해 보았다. 노란색으로 익어가는 단풍의 아래로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길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가을 정취를 머금은 곳이기도 하다.
인생의 절기상 가을은 3단계로 40 중반부터 60 중반까지라고 한다. 이때는 열매를 수확하는 계절이다. 갑작스럽게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서 인생에 열매를 만들 수는 없다. 가장 에너지가 넘칠 것 같은 봄에 취해 파릇파릇한 새싹을 보면서 심취해 언제까지 그 시기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그냥 나이만 먹게 된다. 4단계의 삶인 60중반 이후는 그 이전의 삶이 결정해준다.
청라 단풍마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좋은 때다. 가을 햇살 아래 반짝이는 은행잎은 방문객들에게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움과 함께 은행나무가 만들어낸 황금빛 풍경을 느끼며 고즈넉한 청라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보령의 가을은 성주산의 단풍, 오서산의 억새, 청라은행마을의 은행잎이 어우러지는데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성주산의 단풍은 다채로우며 청라은행마을은 노란색의 색채가 통일감을 주며 오서산의 억새는 탁 트인 그런 색다름이 있다.
어디를 보더라도 노란색의 물결이 은행마을을 채우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보령의 가을 관광지는 도심 속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이들에게 인생 샷을 선사해 준다.
새싹이 돋아날 때 멈추면 꽃을 볼 수가 없고 피어난 꽃에 감탄을 하기만 하면 열매를 볼 수가 없으며 탐스러운 열매가 매달리는 것을 보기만 하면 수확을 할 수가 없다. 자연을 보고 있으면 평생을 도전하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요즘에 도심에서는 은행나무들을 열매의 냄새 때문에 다른 가로수로 바꾸고 있는 곳도 있다. 그래서 어릴 때 보았던 노란색 물결은 쉽게 보지 못하게 된 요즘이다. 이렇게 은행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곳에 가야 이런 풍광을 볼 수가 있다.
은행나무는 극단적으로 춥거나 덥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라도 살아갈 수 있고, 아무리 오래된 나무라도 줄기 밑에서 새싹이 돋아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긴코릭산(Ginkgolic acid) 등이 들어 있어서 피부염을 일으키므로 사람 이외에 새나 다른 동물들은 안에 든 씨를 발라먹을 엄두도 못 내기에 은행나무는 숲을 이루게 된다.
이곳에서는 염소들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도 할 수가 있다. 염소들이 너무나 익숙해졌는지 사람들이 다가가면 자연스럽게 먹이를 먹기 위해 알아서 찾아온다.
은행마을에 조성이 되어 있는 수변공간을 돌아본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살펴보고 호기심을 가지고 즐겁게 돌아다녀본다.
이렇게 보이는 풍경이 무채색이 아니라 온갖 요소들이 균형을 이루듯이 삶에 다양한 색채를 넣는 것이 기회가 있는 삶이다. 은행나무를 잘라 현미경을 들여다보면 다각형의 작디작은 보석이 들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영롱한 빛을 내어 은행나무에 또 하나의 신비로움을 더하는 것처럼 빛을 잃지 않는 사람에게 계절은 언제나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