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그네가 자리한 서산의 따뜻한 양유정 마을
겨울에 피어나는 아지랑이 같은 물안개를 보고 있으면 마치 겨울에 피는 꽃을 보는 것만 같다. 겨울에 피어나는 꽃을 보면서 포근한 느낌을 받으면서 걷기에 좋은 곳이 서산에 있다. 어떤 문장은 문자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빛이 되어주기도 한다. 소박하지만 한 줄의 문장은 빛이 되어 어둠을 밝혀준다. 겨울에 피는 꽃을 보기 위해 서산시의 양유정 마을을 방문해 본다.
서산시는 지형적으로 바다가 깊숙하게 들어오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바다가 깊숙하게 들어오지 않아서 마치 내륙의 도시와 같은 모습이다. 이곳 양유정 마을은 읍이라는 지역의 특성에 걸맞게 명림천이라는 자연천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천의 모습은 없지만 유정쇄연(柳亭鎖烟)'과 '양유쇄연(楊柳鎖烟)'이라는 말은 양유정이 물가에 있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어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을 이루지 않았을까. 양유정 마을에는 오래된 느티나무와 버드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공원 관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며, 시민문화시장 활성화를 위해 플리마켓이 허용되는 곳은 읍내동의 솔빛공원과 양유정공원으로 지정됐다.
서산의 도심에 자리한 양유정공원은 처음 방문했을 때에도 묘한 느낌이 드는 공간이었다. 고목이 이렇게 자리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물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이 있다는 것은 모든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23년에 양유정 공원은 소공원 내 꽃길 조성사업을 완료했다. 도색이 벗겨진 담장과 파손된 벽 등이 주는 낙후된 이미지를 환한 파스텔톤 색으로 칠하고 양유정 공원을 대표하는 캐릭터인 티니와 버니를 벽화로 그려 넣어 경관을 개선했다.
양유정 대공원 중심으로 진행된 사업이 소공원까지 확대돼 시민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공원 전체가 깨끗한 느낌이 든다.
이제 모두 낙엽이 떨어진 양유정공원을 걸으면서 사람이 느꼈어야 할 공감과 동정을 생각해 본다. 동정의 눈은 상대에게서 약자의 모습을 보지만 공감은 약자의 뒤편에 있는 다시 일어서려는 용기를 본다. 그로 인해서 자신 안에 잠들어 있는 용기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양유정공원에는 사랑이 있는 듯하다. 자신에게 그렇듯 혹은 타인에게 그렇듯이 사랑이라는 것은 지금까지의 과거를 끌어안으며 다가올 미래를 향해서 용기 있게 나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세월이 흐르고 도시가 변하면서 많은 것이 사라지고 새로운 것이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공존하면서 양유정에는 사람들의 냄새가 듬뿍 배어 있다.
양유정공원의 느티나무와 버드나무는 캐릭터로 만들어져 있다. 12월의 어느 날 이렇게 양유정공원을 방문해 보면서 근래 일어난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양유정 일원에는 노후 주거지 정비와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주민공동체를 육성·지원하는 사업으로 원도심 활성화를 통해 도시 활력을 회복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인생의 경계에 있을 때 산다는 것은 스스로의 운명을 키워 가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가 있다. 모든 변화는 자연스럽게만 오지는 않는다. 의지를 가지고 걷고 살아가야 비로소 새길이 보일 때가 있다. 잠시 양유정공원에서 머물면서 한 잔의 차를 마셔보며 떨구지 않는 나뭇잎의 다채로움을 만끽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