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화개면에서 머물러보기에 좋은 별천치 문화마당
글과 영상중 어떤 것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글은 자신에게 스며드는 장점이 있고 영상은 자신에게 묻는 느낌이다. 즉 글은 씹어야 알 수 있고 영상은 씹지 않아도 무언지를 알 수는 있지만 깊이는 없다. 수월하게 접할 수 있느냐의 차이다. 의지를 가지고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되겠다고 생각하면 글은 많은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변화를 만들어내지만 영상은 마음의 동요만 만들어낸다. 자신의 생각과 달리 휩쓸리게 만든다.
별을 보기에 좋은 공간인 하동군은 별천지를 지향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동군에 오면 별천지 방송을 해볼 수가 있다. 하늘을 바라보면 볼 수 있는 코스모스는 너무나 거대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길이 단위인 미터로는 도무지 그 크기를 가늠할 수가 없다. 미터는 지구에서 쓰기에 편리하도록 고안된 단위일 뿐이다. 별빛과 조명이 만드는 화개에도 빛이라는 의미를 알 수가 있다.
하동군의 화개면 별천지 문화마당이 개소를 한 것은 2020년이다. 호리병의 별천지라는 지리산 화개골에 지역 공동체의 소통과 화합의 구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옛 화개보건지소 자리인 화개면 탑리 726-19 일원에 조성된 문화마당은 북카페, 어린이 장난감도서관, 스마트도서관, 유튜브 방송실, 취미교실, 귀농귀촌·다문화지원센터, 주민자치회 사무실 등으로 구성됐다.
하동군에 1호로 설치된 건물 1층의 스마트도서관은 무인으로 운영되며, 570여 권의 도서 대출과 반납이 가능한데 책을 빌려서 이곳에서 읽기에 좋다. 공부도 하고 머무르면서 별천지도 감상해 보고 빛 이 1초에 약 18만 6,000마일 또는 거의 30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그 속도감에 대해 책으로도 접해볼 수가 있다.
어린이 장난감도서관은 장난감 100여 점과 어린이도서 400여 권을 빌릴 수 있고 취미교실에서는 청소년 댄스·노인 요가 등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요리 실습을 하는 쿠킹룸, 주민 스스로 실시간 방송할 수 있는 유튜브 방송실 및 방송 장비도 갖추어두었다.
하동은 별에 대해서 이야기하기에 좋은 곳이기도 하다. 지구는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장소라고 할 수가 없다. 별과 별의 사이에는 엄청나게 큰 공간이 있다. 공간은 괴이하고 외로운 곳이어서 그곳에 있는 행성과 별의 은하들이 있고 빛이 1년 동안 쉬지 않고 지나간 거리인 1광년으로도 예측할 수가 없다.
문화공간이라고 하는 곳은 참여와 나눔의 공간이기도 하다. 누군가가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전해주기도 하고 자치활동을 통해서 이곳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서 만족도를 높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화개면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게 되면 쌍계사가 있다. 그곳에는 아름다움을 화개동천(花開洞天)이라는 시로 표현함으로써 쌍계사는 ‘호리병 속의 별천지’라는 별칭을 만들게 한 고운(孤雲) 최치원(857~908년)의 이야기가 있다. 하동을 대표하는 별천지를 만든 고운 최치원의 발걸음이 이어진 곳이기도 하다.
포근한 느낌이 드는 곳에서 하동을 대표하는 녹차도 한 잔 마셔보고 게임도 해보고 때론 좋은 생각이 나면 별천지 방송을 해보는 것도 좋다.
별천지 하동의 방송실은 유튜브 방송을 하기에 적합한 공간을 갖추어두고 있다. 높고 푸른 하늘은 시나브로 땅으로 내려오면서 신선한 공기를 마셨던 가을이 지나갔다. 하동 평사리 들판에 가을 정취가 있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다.
우주의 시간으로만 본다면 별천지라고 일컬었던 고운 최치원선생과 필자의 시간은 그렇게 차이가 없다. 거의 동시대를 산 것이나 다름이 없지만 인간의 시간으로 볼 때에 멀게 느껴질 뿐이다. 겨울의 한 때 의식이 하동 화개면에 머물면서 별을 바라보며 별을 세다가 잊어버린 이때를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