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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상식적이지 않은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돈이다.

최근에 일어나는 일어나는 정치적인 행동과 교회들의 집회는 상식적이지 않지만 일어나고 있다. 일탈적인 그들의 모습은 정말 신념에 의해서 그런 것일까. 그들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서 행동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면을 보면 본질은 돈이다. 돈이라는 경제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사람을 선동하고 거짓된 정보를 전달하고 때론 밥을 먹여주고 차비를 주며 사람을 동원한다. 물론 그들 중 일부는 정말 맹목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라는 책은 국가를 지탱하고 건강하면서도 복원이 가능해 보이는 민주주의의 허점을 이야기한다. 폭력이 일어나는 결정요인은 한 집단의 정치적인 권력의 누수가 생겨날 때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인정하지 않을 때 폭력을 동원하는데 더 교묘하게 일어나면서 마치 그것이 정당한 것처럼 꾸민다. 어떤 권력집단을 제어하는 안전장치에는 대통령에 대한 제약과 입법, 사법, 행정의 견제와 균형, 책임성을 요구하는 자유로운 언론, 공정하고 개방된 정치적 경쟁 등이 있지만 그걸 돈으로 무마하려고 한다.


나이가 들은 사람이나 젊은 사람들이나 홀로 되는 것을 유독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과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 생각이 옳고 그른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냥 그 조직에 들어가 있는 것 자체로 의미를 가지게 된다. 노인들에게 찾아가서 말도 안 되는 제품을 판매하고 마치 친자식같이 다가가는 사기꾼들에게 사기를 당하는 마음과 비슷하다. 그런 집회에 동원되는 사람들 상당수는 사회적으로 보면 약자에 속한다.


뭐 하나 내세울 것이 없이 살다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다른 사람들에게 힘을 과시할 수 있는 구심점이 생겼을 때 그들은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고독하고 외롭게 살아왔던 순간은 사라지고 매일매일이 누군가가 구호를 외치고 논리적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도 그럴듯해 보인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냥 모이고 외치고 같이 밥 먹고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생겨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고 바쁜 사람들은 그런 모임에 휩쓸릴 여유가 없다.


민주주의 퇴보는 과거와 다른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다. 유권자들 스스로가 독재를 탄생시키는데 이런 일들은 언론과 소셜 미디어 덕분에 어떤 정보가 정확한지 점점 알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 그렇다고 말하면 누군가는 죄를 지은 것이다. 그 죄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도 된다. 가짜 정보를 활용해서 공포를 부추기기만 하면 스스로 좀먹어가면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부정 선거를 주장하고 경제적인 이익을 극대화할 수가 있다.


그런 사람들을 모이게 하면 특정 교회나 정치집단들은 돈이 생겨난다. 비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선동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그걸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 경제적인 이해관계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교회를 나가는 사람의 상당수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홀로 우뚝 설 수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집단이나 종교는 의미가 없다. 자신만의 신념이 있고 갈길이 있으며 가치관이 명확한 사람에게 다른 사람의 삶이야기는 흥미가 없기 때문이다.


축제가 벌어지듯이 그들에게는 어떤 구심점이 될 사건을 끊임없이 찾는다. 2002년에 열린 한일 월드컵에서 보듯이 삶에서 승리를 했다는 쾌감이 필요한 축제를 갈망하고 있다. 축제나 가수의 공연 등을 보면서 다른 사람과 함께 동조되는 그 순간을 끊임없이 갈망한다. 거기에 돈이 가미가 되면 폭력적이고 비상식적이지만 사람들은 모든 죄를 나누어지듯이 준법의식은 아주 희미해진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정당한 일이며 형법에 저촉받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세뇌하게 된다.


돈이 종교가 되어버린 한국사회에서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이 더 희미해져가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은 반복이 된다. 세계를 휘저었던 제국 스페인은 돈으로 해결한다는 배금주의가 스페인 경제를 서서히 갉아먹어갔다. 시장에 돈이 넘쳐날수록 노동의 가치는 폄훼될 수밖에 없다. 노동이 근면함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스페인은 영국이 척박한 국토의 단점에 무역과 제조로 부를 일구어갈 때 해외에서 들어오는 은화로 무너져 내려갔다. 넘치는 은화를 믿고 갖은 종교전쟁을 벌이면서 산업 육성에 힘쓰지 않았던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로 인해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면서 모든 것을 잃었다.


보이지 않는 계급사회가 공고화되고 기회가 점점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판을 뒤집고 싶어질 것이다. 적어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힘을 발휘하고 자신들을 위해서 공정하지 않는 판단을 내려줄 지도자를 원하는 것은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났다. 히틀러가 처음 독일 정치판에 등장할 때 너무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독일 국민 누구도 당시에는 히틀러가 그런 독재를 할 것이라고 상상하지도 못했다. 불평등과 양극화, 개인적 또는 파벌적 이익을 추구하는 SNS, 특권 세력들의 횡포등은 내전의 자양분이 되어가고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지 못한다면 대다수 사람들의 삶에 기회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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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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