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평창의 대관령 양 떼 목장
개인적으로 바람이 많이 부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때론 바람이 부는 날이 어울리는 때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탁 트인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살고 있는 곳에서도 혹은 여행을 가서 풍경이 보이는 곳을 선호하게 된다. 초원에서 살아가던 오래된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유전적으로 사람 역시 방목되어서 살아가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한국의 알프스 '평창 대관령 양 떼목장'은 봄에는 아름다운 철쭉군락이, 여름에는 시원한 초목이, 가을에는 오색 단풍이, 겨울에는 하얀 설경 등 사계절 각기 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스위스에 가면 이런 풍광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해발 920m의 정상에서 백두대간의 웅장한 풍광을 눈에 담을 수 있는 대관령 양 떼목장은 목장 산책로 따라 걸으며 인생샷 찍는 것은 너무 추운 겨울날이 아니면 좋지 않을까.
바람이 무척 많이 부는 곳이어서 곳곳에 풍력발전기가 설치가 되어 있다. 1988년에 설립된 양 떼목장은 약 20만 제곱미터의 광활한 초지에 양들을 방목 사육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양전문목장이라고 알려져 있다.
아직 봄이 되기 전이어서 바람이 불면 상당히 춥다고 느껴진다. 겨울이라 산책로를 따라 쭉 이어지는 푸른 초원에 방목된 양들의 쉼 없는 풀뜯음과 목장 주변에 자생하는 식물은 잘 눈에 뜨이지 않는다.
대관령 양 떼목장에서 즐길 거리는 크게 두 가지, 산책로 걷기와 먹이 주기 체험으로 산책로 중간 지점이자 목장 정상인 해발 920m에서 바라보는 백두대간은 막힌 가슴을 시원스럽게 해 준다.
눈 덮인 설경은 아니지만 겨울철에는 설경과 함께 동화 같은 풍경을 감상하면서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쳐볼 수가 있다. 아무리 좋은 풍경을 보더라도 스토리를 분 초 단위로 기억하지 못하듯이 그냥 그 감성만을 간직하면 된다.
최근에 재개봉한 일본 영화 러브레터에서 눈 덮인 설경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었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마음속 그리움이 남아 있습니까?" 주인공이었던 나카야마는 배우로 커리어를 이어가다가 작년 12월에 유명을 달리했다.
포동포동 살이 오른 것 같은 양 떼들이 사람들이 다가오면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오는데 아마도 먹을 것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다가온 듯하다.
산책로의 곳곳에는 강원도와 평창의 마스코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볼 수가 있다. 한적한 목장에서의 힐링과 지역 특산물을 맛볼 수 있는 대관령은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여행지다.
한 바퀴 크게 돌아서 내려오는 길에 다시 한번 대관령을 바라본다. 대관령 우유만으로 기억되던 이곳에서 탁 트인 풍광의 기억을 새겨본다.
아래로 내려오니 더 많은 조형물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1992년까지 사용되던 하베스토어 사일로를 볼 수가 있다. 현재는 노후화되어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이 구조물은 하베스토어 사일로다. 소의 먹이인 목초를 저장하는 원통형의 대형 저장시설로 하베스트 사일로는 외부 공기가 완전히 차단이 된다. 전시되어 있는 하베스토어 사일로는 1975년에 들여온 것 중 600톤 급의 대형 사일로로 높이는 24미터, 지름은 7.4미터에 이른다.
겨울에는 특히 온기가 그리워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사람에게는 온기가 있다. 온기가 그리워진다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 어떠한지 알기 때문이다. 대관령의 하늘도 세차게 부는 바람도 그렇게 온기를 찾아서 들어온 실내에서는 마음이 시린 때에 열정이 피어나는 러브레터가 생각난다.
이 글은 강원 소셜 크리에이터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