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보살의 이름을 딴 문수산 자락에 자리한 봉화군 축서사
눈이 많이 내리면 산에 가는 것은 항상 마음의 부담이 따른다. 내린 눈으로 인해 차가 미끄러질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 내린 눈이면 문수산 자락에 축서사를 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조심스럽게 올라가 보았다. 시원한 조망과 문수산의 풍광이 멋들어진 축서사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다. 설경의 축서사는 어떤 모습일까.
템플스테이도 가능한 봉화군의 축서사는 봉화군 물야면 개단리에 자리하고 있다. 생각보다 높은 산자락으로 올라가야 만나볼 수 있는 사찰이다. 대부분의 사찰 건물은 새로 지어진 전각들이어서 고풍스러운 느낌은 없지만 시원한 조망이 축서사의 매력이다.
소백산맥 그리고 높이 1206m의 문수산 중턱 800m의 산골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축서사는 문수보살에서 이름을 딴 문수산은 오대산 상원사와 함께 4대 문수성지 중의 하나로 신라 문무왕 13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라고 한다.
설경에 감탄을 하다가 축서사로 들어가기 위해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가 본다. 이름하여 보탑성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의상대사가 물야에 있던 지림사에 머물고 있는데, 산에서 한 줄 기 빛이 뿜어 나와 올라가 보니 비로자나석불이 있어 이곳에 절을 지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계단을 통과해서 나오면 사리탑이 보이는데 그 뒤로 대웅전이 보인다. 열심히 옆에서 빗질을 하시는 분을 뒤로하고 위쪽으로 올라가는데 흰색의 여백에다가 마치 그림을 그려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진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이 담기 힘든 시기에 방문했을 때 더 즐겁기도 한다. 이런 날씨에 이곳까지 올라와서 사진을 찍고 나면 마음이 좋다.
그래도 일찍 이곳을 찾아온 분들인지 템플스테이를 하시는 분들인지는 몰라도 안에서 불경을 읽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래에 있는 차량에 쌓인 눈으로 보아서 이날 이곳으로 올라온 차량은 없었다. 이런 날씨에 홀로 이곳까지 왔다는 의지에 혼자 만족해 본다.
이번에 내린 눈은 가슴이 충만해질 정도로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담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경북 영주 부석사와 봉화 축서사는 흔히 '형제 사찰'로 불린다고 한다. 부석사는 익숙히 그 이름을 많이 들었는데 두 사찰 모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의상대사는 신라 문무왕 13년(673년) 축서사를 짓고 나서 3년 뒤 부석사를 지었다고 한다.
'독수리 축(鷲)' 자에 '살 서(棲)' 자를 쓰는 축서사는 지혜로운 이가 머무는 사찰이라고 해석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현재 '보광전'이라는 현판을 달고 있는 대웅전을 빼고는 모두 새로 지은 것들이다. 지혜로운 이들이 많아지기 위해 이곳이 흰색으로 채워진 것이 아닐까.
얼마나 눈이 많이 내렸는지 차량의 번호판이 가릴 정도로 두텁게 묻어 있었다. 센서도 작동하지 않는다는 경고등이 계속 뜨고 혹시나 이곳까지 제설이 안되어 있으면 중간에 뒤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지만 다행히 주차장만을 제외하고 모두 제설이 되어 있어서 다행이었다. 봄이면 벚꽃이 그리고 여름에는 초록의 능선이 가을에는 붉은 단풍, 겨울에는 설경이 있었던 축서사를 이렇게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