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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31. 2017

델문도

인생 여행자 이야기

서로 연관은 없지만 여행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쓰인 델문도에는 9개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다. 붕대를 한 남자, 노 프라블럼, 내기, 페이퍼컷, missing, 기적 소리, 필름, 무대륙의 소년, 시튀스테쿰까지 주로 어리거나 이방인들의 이야기가 소소하게 그려진다.


무언가를 시도하고 변화를 하는 것은 생각 외로 내적 외적 저항에 많이 노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새로운 풍광을 보고 쉼을 찾아가는 소설 속 독특한 여정은 점점 더 따뜻해지고 자신만의 인생을 찾아가는 시간들로 채워진다. 


"강가의 물은 모든 것을 허락하고 감싸 안았다. 혼돈의 전생도, 비참한 현실도, 다가올 내세도, 없는 것은 오직 미래뿐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미래는 마치 강가의 물처럼 혼탁하고 뿌옇기만 했다. 하지만 밤만은 누구에게 공평했다. 어둠이 모든 것을 삼켜 버리니까." -p62


아메리카 남단에 가면 남극을 제외하고 세계의 끝이라 불리는 작은 항구 마을이 있다. 세계의 끝이라는 우수 아이아가라는 그 마을은 현지 사람들은 핀 델 문도라고 부르는데 그곳은 남극 여행의 전초 기지이며 세계의 끝을 보려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나는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자기 이름이라도 적어 놓은 것일까? 영어 같았지만 처음 보는 단어였다. 아빠 돋보기로 글자를 들여다보며 인터넷 검색창에 하나하나 적어 넣었다. 에스파탸어였다. 남이 사람들의 언어. Del Mundo. 델 문도, 뜻은 '세상 어딘가'. 그것이 여학생이 하얀 소금 사막 위에 적은 말이었다." p 206


세상 어딘가에 내가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지만 정말로 원하는 풍광이 있지 않을까. 이 세상 살아봐야 별 것 없는 것이 아니라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 훨씬 많다. 세상 끝까지 가지 않아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고 그리고 그 어딘가에 행복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비가 주적주적 오는 날에 오히려 더 가뿐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몸을 돌려 나는 밤을 달리기 시작했다. 멈추면 다시는 달릴 수 없다는 듯이, 나는 달리고 또 달렸다. 세상 속으로, 처음 떠나는 여행이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델문도가 있다. 그곳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음속에 델문도 한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 인생은 조금 더 아름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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